권오준, 경영진 32명 사표 받고 “사즉생 각오로 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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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포스코그룹이 핵심 경영진의 진퇴를 걸고 대대적인 경영 쇄신에 나선다.

 포스코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운영 계획을 추인했다. 포스코는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쇄신위원장은 권오준(65·사진) 포스코 회장이 직접 맡았다. 그룹 수장이 직접 나서 전계열사의 적폐를 뿌리뽑겠다는 각오다.

 쇄신위원으로는 포스코 사내이사 전원(권 회장 포함 5명)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그룹 내 주요 5개 계열사 대표 등이 참여한다. 특히 쇄신위원 전원과 그룹 내 계열사 대표 등 32명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경영쇄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계열사 대표나 임원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는 ▶그룹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의 5개 분과위로 나뉘어 활동한다. 분과별로 구체적인 쇄신방안을 내놓는 식이다. 쇄신위는 당장 14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별도의 활동 기한은 두지 않았다. ‘확실한 쇄신이 이뤄졌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개혁을 계속하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사실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자원외교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철강 경기 전망도 어둡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15조1009억원의 매출(연결기준)에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다소 늘었지만 한참 ‘동생’으로 봤던 현대제철이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으로 포스코보다 영업이익률에서 앞서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실 인수 의혹에 휩싸인 포스코플랜텍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13일에만 대출원리금 199억3000만원을 연체했다. 현재까지 포스코플랜텍이 갚지 못한 연체금은 792억5000만원에 달한다. 포스코플랜텍의 대출금 연체가 게속되면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신용도 하락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현재 포스코에 닥쳐온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간 ‘글로벌 초우량 철강사’란 이름에 가려진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이 생겼다는 뜻에서다. 위기 상황에서 권 회장의 리더십이 더 강화됐다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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