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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끼워팔기와 소비자 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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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공급업자들 간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이익을 늘리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의 이익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MS의 행동이 소비자의 이익을 해쳤는지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한 것 같다.

소비자의 이익은 질 좋은 제품을 싼값에 공급받는 데 있다. 우리가 독점을 문제시하는 것도 독점자가 형편없는 제품을 값만 비싸게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끼워팔기도 그런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끼워 팔아 소비자가 더 불편해지고, 값이 부당하게 더 높아졌다면 MS는 끼워팔기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해친 것이다. 반면 끼워팔기를 해 소비자들이 더 편해지고,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까지 포함한 비용이 더 낮아졌다면 MS의 끼워팔기는 독점 행동이 아니라 소비자를 이롭게 한 행동이다.

MS의 끼워팔기가 소비자의 비용 부담과 불편을 늘렸다는 증거는 없다. PC 제조업체 납품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윈도는 지난 10여 년간 80달러 이하에서 공급돼 왔고, 문제의 두 프로그램이 끼워진 이후에도 값이 오르지 않았다. 이는 실질적으로 두 개의 프로그램이 공짜로 제공됐음을 뜻한다. 게다가 윈도를 설치하고도 경쟁사의 미디어플레이어나 메신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지 PC 제조업자나 소비자들이 윈도와 결합된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 더 쉽고 편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증거들만으로 판단해 본다면 MS의 끼워팔기는 소비자에게 이로운 일이다.

공정위의 보도자료를 보면 제일 중요한 이 부분이 경시됐다. 그보다는 오히려 끼워팔기로 인해 기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됐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소비자들의 이익과 관련이 없다. MS의 끼워팔기 된 제품이 소비자들을 편하게 해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래서 타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소비자의 이익은 말뿐이고 실제는 경쟁 업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MS가 공짜 제품을 끼워주면서까지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윈도의 시장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리눅스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 제품이 있지만, 그것뿐만 아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은 너무나 역동적이어서 언제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타나 윈도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모른다. 그런 역동적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승자가 된 기업을 승자라는 이유로 벌주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