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수상의 대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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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나까소네」 수상은 22일 한국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일본의 대한입장 전반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그중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끈 것은 『일본은 과거의 한일관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고쳐야할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이 점은 65년의 한일국교 정상화와 83년 1월 자신의 방한 때도 표한바 있는 참된 「일본 국민의 목소리」임을 강조한 부분이다.
우선 이것은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한일사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표시의 반복이지만,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일황에 의해 표명돼야 하며 그것은 보다 구체적이고 진지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공식문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더구나 일본은 전후 미일간의 교역을 회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과 같은 미일교역의 역조현상은 근년의 일이고 20년 가까이 일본은 대미 무역적자를 겪어왔다. 미국은 그때 일본 상품구매 증가로 보상해 주었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구조가 대미 의존형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2백7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역조 문제도 그렇다. 일본 정부는 한국경제의 구조나 산업발전 단계상 한국이 일본상품을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면서 무역역조의 책임을 한국 측에만 돌리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 상품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강변에 불과하다. 우리는 일본이 한국상품에 대한 차별적 관세정책을 시정하고 구입량을 늘리는 방향에서 무역역조가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간의 관계는 교역량이 많을수록 긴밀하고 그것이 균형을 이룰수록 더욱 건전하고 강력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상품의 구입을 억제하고 기피함으로써 교역량의 증대와 그 균형화에 역행, 결과적으로 양국간의 관계 강화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상품의 가격이나 품질, 그리고 운반비 등의 경제여건으로 보아도 한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은데도 이를 외면하고 구미쪽에 더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일본이 동양을 무시하고 선진 구미에만 추종하던 당시의 탈아론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불쾌하기도 하다.
일본은 첨단기술 이전문제에 대해서도 너무나 배타적이다. 우리의 경제·기술 수준이 향상되자 일본은 우리를 경쟁상대로 간주하여 기술협력의 장벽을 높여가고 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대륙과 반도의 선진문화를 일본에 전수할 때 그렇게 옹졸하고 편협한 태도를 보인 적은 없지 않은가.
일본은 우리 양국간의 첨단기술협력이 일본의 이익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기술수준과 첨단산업 발전에 순기능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다 큰길을 걷게 되길 바란다.
새삼 강조하거니와 일본이 말하는 한일 신시대는 「불행한 과거」와 「현안문제」가 말끔히 정리된 참다운 선린관계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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