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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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업에도 체력이 있다. 강한 체력의 기업은 수명도 길고 활력도 있다. 그런 기업이 많은 사회일수록 잠재력도 크다.
기업의 체력을 재는 척도는 세 가지다. 첫째는 수익력, 둘째는 내부 축적력, 세째는 자기금융력.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그 점에선 건강체였다. 최신의 설비, 최신의 기술, 최고의 품질관리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체력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기업들이 뒤늦게 체력을 연마해 일본 기업을 앞서고 있다는 통계가 제시되고 있다.
이런 조사는 미·일의 같은 규모 기업으로서 일본은 자본금 10억엔 이상의 1천2백사, 미국은 총자산 2천5백만달러 이상의 제조업 2천7백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일본 스미또모(주지)은행 조사.
첫째 수익력 비교. 매상고에서 점유하는 경상이익의 비율(경상이익율)이 일본은 82년 평균 3.5%에서 3.2%(83년 상반기), 4.0%(하반기)로 미미한 개선에 그쳤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들은 똑같은 시기에 4.6%→4.8%→5.9%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둘째 내부 축적력 비교. 우선 내부 유보액으로 비교해보면 83년 하반기 1개사 당 미국의 기업은 일본의 1.4배나 높았다. 매상고 대비에서도 미국 기업은 매상고의 31.6%가 내부 유보 잔고로 남아있는데 비해 일본은 불과 12.0%에 그쳤다. 미국 기업이 2배도 훨씬 넘는다.
세째 자기 금융력 비교. 이것은 설비투자를 할 때 얼마나 자기자본으로 감당하느냐로 측정한다. 83년 하반기 미국의 1.22배에 대해 일본은 1.07배였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미국은 전년대비 19.6% 늘어난 것에 비해 일본은 7.9%, 그러니까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최근 미국 기업의 설비연령 비교에서 나타났다. 전산업에서 미국의 평균 설비 연령은 83년의 경우 5.45년, 일본은 5.67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자동차, 석유산업, 조선 등에서 미국이 일본을 앞서고 있었다.
정작 우리의 관심은 그 원인이 뭐냐는 것이다. 첫째 경영 합리화, 에너지 절약, 노사협력에 의한 생산성향상에서 비로소 미국 기업이 저력을 발휘했다. 둘째는 임금 코스트의 감소, 곧 노동생산성이 임금 상승률을 앞서고 있다. 세째는 세 부담률의 경감.
이런 일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나라 기업에도 청진기를 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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