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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가정의학 피부질환 김영균<전남대의대피부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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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머리(모발)의 색깔에는 금발·은발·적발·백발 등이 있으며 민족이나 나이·유전에 따라 각기 담라진다.
여기서 백발이라고 썼지만 문자 그대로의 백발은 동양인에서는 아주 나이 많은 노인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것이고 대부분은 하얀색이라기보다는 회색에 가까운 은발이라는 것이 명확한 표현이다.
일반적인 은발은 노화과정의 한 생리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모발의 색깔은 백발이 되기 전에 회색 모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회색 모발이 바로 은발로 표현되며 그 이유는 모발속의 색소가 점차 엷어져 회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자현미경으로 은발의 미세구조를 관찰해 보면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는 흑세포는 제 위치에 정상적으로 출현하지만 이 속에서 멜라닌색소가 제대로 생성되지 못하며 백발의 경우는 아예 흑세포가 출현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백발은 보통 옆머리에서 시작하여 수년동안에 걸쳐 서서히 주의로 퍼져가고 수염이나 몸의 털도 보통 몇 년 후엔 같이 은발이 된다. 그러나 가슴의 털이나 음모·겨드랑이 털은 나이를 많이 먹은 후에라도 제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은발이 되기 시작하는 연령은 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지만 유전이외에 다른 요소도 관여하리라 생각되고 있다.
백인은 대개 35세쯤에 백발이 되기 시작하여 50세가 퇴면 백인의 50%에서 적어도 자기모발의 50%가 은발이 되며, 흑인은 보통 44세쯤에 은발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황인종의 경우는 남자가 30∼40세쯤, 여자는 35∼39쯤세에 은발이 생기게된다. 그러나 은발이 계속 진행되는 속도는 어느 인종에서나 개인차가 많이 있다.
에디슨씨병이라는 병을 앎아 생기게 되는 은발에서는 가끔 색소가 돌아와 다시 원래의 색깔을 찾는 경우가 있고 아주 드물게는 자연치유 과정으로 모발색소가 돌아오는 은발도 있다. 또 어떤 은발환자는 파바라는 약을 대량 복용하다가 모발의 색소가 정상으로 되돌아온 예도 있다.
조기은발은 백인의 경우 20세 이전, 흑인의 경우 30세 이전에 은발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와같은 현상은 여러가지 자가면역질환, 즉 악성빈혈·갑상선 기능항진증 등에서 자주 동반되므로 자가면역현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정상적인 생리현삼으로서의 노년기 은발도 자가면역현상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조기은발은 여러 유전질환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기은발 자체만으로 홀로 유전되기도 한다.
조기은발이나 어느 연령에서 단기간에 머리가 희어버리는 현상은 여러가지 정신적인 스트레스, 즉 쉽게 말해서「속상하는 일」이 많으면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확실한 원인은 모르지만 우리 주위에서는 실직한 사람, 큰 고통을 당한사람, 중병을 앓고 난 사람들에서 갑자기 백발이 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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