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흐름·미 민주주의 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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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럴딘·페라로」의원이 2백년 미국역사상 여성으론 처음으로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되었다.
「페라로」여사는 이탈리아 이민의 딸로 태어나 야간대학에서 법률학을 공부하고 1960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변호사 사업을 하다가 l974년 뉴욕에서 검사보의 일을 거쳐 l978년이래 3선의 하원의원직을 맡고 있다.
그의 부통령 후보지명에 모든 사람들이 호의만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와 군사문제에 경험이 없고 독특한 업적을 이루지 못했으며, 인맥에 의해 지명되었고, 또 여성이기 때문에 무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여러가지 평판도 들리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앞으로 선거전에서 보여줄「페라로」의원의 정치적 능력에서 밝혀질 문제다.
「페라로」의원이 선거전에서 미국 유권자의 53%를 차지하는 여성 유권자의 표를 얼마만큼 조직할 수가 있으며, 미국 사회에서 34% 정도인 보수주의 지향표를 어느 정도 얻게될 것인가에 따라 그의 정치적 능력은 평가될 것이다.
그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평가 결과는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개 될 것이므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페라로」의원의 부통령 후보지명은 지금까지 공화당이 우세하던 84년 대통령선거전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의 조사로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에 참가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6백만명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강국에서 여성의 투표행동은 남성에 비해 개인적 동기가 강해 여성표의 조직화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80년의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여성들은 독자적 투표행태를 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페라로」의원의 부통령 후보지명은 전통적인 정치의식에서 탈피하여 자율적·주체적인 정치행태의 경향이 강해져 가는 여성표를 획득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에서 여성부통령 후보지명은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커다란 흐름에 따른 미국사회의 적응능력의 표명임과 동시에, 시대의 진군에 맞춰 활기를 더해가는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은 여성문제를 보수의 틀 속에 안주함이 없이, 또 사회적 여건등을 이유로 회피하거나 뒤로 미루지 않고 정면으로 다룰줄 아는 지혜를 보여 오늘날 그 결실을 보게되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미국에서의 여성운동은 여성표의 조직확대와 더불어 남성과 떳떳한 동반자로서 여성의 정외를 극소화하고 참여를 점차적으로 확대해가는 차분한 방향반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게 한다.
더불어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치고 세계에 웅비할 수 없음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한다.
민족사의 단계로 보아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참여할 때에 와 있으므로 이에 모자란 점이 추호라도 있는가 두루 살펴 정리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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