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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자비 닮았네요, 합장으로 손님 맞는 친절 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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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 운불련이 올해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선보인 탑 모형을 얹은 택시. [사진 대구 운불련]

‘고객님 3X바1X25 차량 356m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용에 감사드립니다.’

 11일 오후 3시 김모(43)씨가 휴대전화로 택시를 부른 직후 날아든 문자다. 이어 전화가 울렸다. “2분 뒤 현관 앞에 도착합니다.”

 김씨가 나가자 이미 택시가 들어오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한 뒤 승객을 태웠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 서비스는 신속했다. 택시 실내와 운전기사의 주황색 제복은 깨끗했다. 대구시민들이 전화로 택시를 호출(053-766-7777)할 때면 떠올린다는 운불련의 서비스다.

 운불련은 ‘한국운전기사 불자연합회’의 줄임말이다. 대구 운불련은 대구 개인택시 사업자 중 불교 신자로 구성돼 17년째 호출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가입한 택시는 1400여 대. 호출택시로는 대구 최대 규모다. 하루 호출건수는 9000여 회. 단연 전국 최고(회원수 대비) 수준이다. 그만큼 시민의 사랑을 받는다. 대구를 찾은 한 해외동포는 “대구 운불련이 너무 친절해서 이제 다른 택시는 못 타겠다”는 글을 남겼다.

 성희섭(55) 대구 운불련 사무국장은 “친절하고 깨끗한 택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교육을 반복한 결과”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차례 법회에 참여한 뒤 4시간 필수교육을 받는다. 규율은 엄격하다. 정해진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하고 승객이 타면 합장해 맞은 뒤 행선지를 두 차례 묻는다. 규율을 점검하는 호법부장이 셋이나 되고 승객의 불만은 해당 기사에게 바로 전달된다. 지적이 두 차례 반복되면 호출을 정지시키는 불이익이 주어진다.

 특별한 서비스도 있다. 야간에 여성을 태우면 집에 들어갈 때까지 불을 비쳐준 뒤 떠난다. 또 마지막 지하철을 탄 승객은 거리가 가까워도 태워주고, 경찰과 협약을 맺고 심문 피의자를 안전하게 귀가시키기도 한다. 성 사무국장은 “그래도 차문을 열어주는 일본 MK택시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의 택시 관계자들도 11일 대구시 동구 용계동 운불련 사무실을 찾아 한 수를 배웠다. 성승길(53) 대구 운불련 회장은 “17년 전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먼저 태우면서 개인택시 100대로 호출 사업을 시작했다”며 “회원들에게 그런 초심을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게 택시 영업이 어려워진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대구 운불련에는 자비원이라는 법당이 있다. 동화사의 말사다. 회원은 모두 법명이 있고 포교사도 10여 명이나 된다. 운불련은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면 택시 위에 부처와 탑 등 장엄물을 설치하고 거리를 순회한다. 올해는 장엄물 택시 25대가 불교를 알렸다. 또 택시 안에 모금함을 설치해 불우이웃을 돕는다. 지난해만 2000여만원을 모아 장애인협회 등에 전달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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