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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이대호, 열흘 새 홈런포 6방 … 5월 대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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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대호(33·소프트뱅크)의 계절이 왔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는 11일 현재 나카다 쇼(26·니혼햄)와 함께 퍼시픽리그 홈런(10개)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장타율(0.591) 단독 1위, 타점(24개) 공동 4위, 타율(0.295) 11위다. 그의 성적이 불과 열흘 만에 이뤄낸 반전이라는 게 더욱 놀랍다.

 그는 5월 9경기에서 타율 0.486(37타수 18안타)에 홈런 6개, 타점 13개를 몰아 쳤다. 지난달 슬럼프를 겪은 탓에 타율은 3할에 이르지 못했지만 홈런·타점·장타율은 단숨에 리그 선두권으로 점프했다. 특히 최근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고, 10경기 연속 장타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연속 장타 기록(11경기)은 1994년 아키야마 고지(53) 전 소프트뱅크 감독이 세웠다. 12일 경기가 비로 연기돼 13일 지바 롯데전에서 이대호가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때린다면 일본 타이 기록이 된다.

 이대호는 “아키야마 감독은 내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지바 롯데전에서 장타를 계속 때렸으면(아키야마 감독의 기록에 다가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대호가 오릭스에서 소프트뱅크로 이적했을 때 감독이 아키야마였다. 2014년 이대호가 득점 찬스에서 부진했고, 홈런도 일본 진출 후 가장 적은 19개에 그쳤는데도 아키야마 감독은 끝까지 그를 4번타자로 믿고 기용했다. 연속 장타 기록으로 아키야마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게 이대호의 욕심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이대호는 악몽에 시달렸다. 시즌 초부터 방망이가 헛돌더니 4월 13일 타율이 0.109(46타수 5안타)까지 떨어졌다. 당시 이대호는 “내 야구 인생에서 이렇게 못 친 적이 없었다”며 자책했다. 일본 취재진은 “타순을 바꾸거나 이대호를 잠시 쉬게 할 생각이 없느냐”고 구도 기미야스(52) 소프트뱅크 감독에게 묻기도 했다. 구도 감독은 “괴롭지만 이대로 간다. 경기에 계속 나가면 (이대호 스스로) 부진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취임한 구도 감독은 이대호를 4번이 아닌 5번타자로 쓰고 있다. 발 빠른 야나기타 유키를 3번에 놓고, 3번을 쳤던 우치카와 세이이치를 4번에 배치했다. 발이 느린 이대호가 5번으로 가는 게 득점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울러 전임 아키야마 감독과 다른 색깔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

 이대호는 타순 변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조선의 4번타자’로 불렸던 그는 ‘4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2012년 일본 진출 후에도 지켜온 4번 자리를 빼앗기자 마음이 급해졌다. 장타를 의식해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간 탓에 오히려 범타가 많아졌다. 4월 말 조금 나아졌지만 월간 타율은 0.221에 그쳤다.

 그러나 그의 슬럼프는 오래가지 않았다. 스트라이드를 크게 내딛으며 원래 폼을 되찾았다. 스포츠닛폰은 11일 ‘이대호가 타격훈련을 할 때부터 왼 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내리고 있다. 타이밍을 잡으면서 컨디션이 좋아졌다’며 ‘지금 페이스라면 이대호는 올해 41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대호는 “지금이 야구를 시작한 이후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타순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4번타자 우치카와(타율 0.275. 2홈런, 24타점)보다 훨씬 빼어난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프로 15년 차 베테랑 이대호도 처음 경험한 ‘놀라운 열흘’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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