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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이번 주 경제 용어] 상가 임대차 보호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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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엔 상가 세입자(임차인)끼리 관행으로 주고 받았던 권리금을 보호하는 방안이 담겨 있어요. 권리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에요. 더불어 조건(환산보증금) 없이 5년간 영업기간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어요.

 그렇다면 상가 임대차 보호법은 뭘까요. 주인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에요. 장사하고 싶은데 비싼 상가를 살 돈이 부족한 세입자는 보통 주인에게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가게를 빌려 써요. 자연스레 주인은 이른바 ‘갑’이 되고 세입자는 ‘을’이 되겠죠. 세입자 입장에선 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하거나 임대료를 올리는 것만큼 걱정되는 일도 없으니까요. 2002년 11월 시행된 이후 벌써 12년 6개월이 지났네요.

 보호법은 세입자의 권리를 다양한 방면으로 보장해요. 우선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주인이 바뀌거나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도 임대보증금을 보호해요. 주인이 바뀌어도 이전 주인과 한 계약이 유지되는 거에요. 영업기간도 5년간 보장받아요. 월세 3개월 연체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세입자는 5년 동안 가게를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요. 임대료 인상률도 연 9%로 제한돼요. 주인이 갑자기 임대료를 많이 올려서 세입자가 경제적인 압박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런데 이런 보호를 받으려면 조건이 있어요.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넘지 않아야 해요. 환산보증금은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에 실제 임대보증금을 더한 수치인데요, ‘월세×100+임대보증금’으로 계산합니다. 지역별로 환산보증금이 ▶서울 4억원 이하 ▶수도권(과밀억제권역) 3억원 이하 ▶지방 등 1억8000만~2억4000만원 이하인 상가만 보호법 적용 대상입니다. 이 기준 때문에 보호법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요. 서울의 현재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5000만원 수준이에요. 임대료가 비싼 대형상권(강남·신촌·명동)을 제외해도 5억원이 넘어요. 환산보증금 조건을 맞추려면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 3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 셈인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가가 많지 않다는 의미죠.

 보호법의 우산을 쓰지 못하면 세입자는 주인의 요구대로 월세를 올려줘야 하고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면 우선 보호받는 은행 등에 밀려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요. 개정안엔 아쉽게도 이런 부분을 보호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네요.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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