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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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개선한 LA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축하와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전세계 이목이 집증된 LA하늘에 19번의 태극기를 휘날리고 6번의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한 이들의 장거는 선수 개인은 물론 조국 대한의 승리요, 국위의 선양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그날의 감격과 흥분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고 있어, 오늘 이들의 개선을 맞는 국민들의 마음이 뜨거운 환영무드를 이루고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을 가득 메운 것이다.
우리의 환영과 갈채가 반드시 메달리스트에게만 향한 것은 물론 아니다. 파견선수 전원이 각 종목에서 똑같은 투지와 열정을 가지고 선전감투했으며, 그들의 피와 땀이 서린 노고와 분투에 한결같이 치하와 격려를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패자로서는 이번 LA에서의 체험을 거울삼아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여 오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대회에서 설욕의 한판 승부를 노려보는 결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주변 관계자들도 승자의 축복에만 들떠 있을 것이 아니라 패자의 실망과 아픔을 어루만져줄 여유와 배려도 가져야겠다.
승자는 자만과 자기 도취에 빠져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자신의 실상을 눈여겨 살펴야할 때이다. 우리는 여기서 중공의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인구 10억의 중공은 이번 LA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하면서 우리보다 적은 2백50명의 선수가 금15, 은8, 동9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순위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공언론들은 이들에 대한 환영과 찬사를 자제하고 『중공이 세계 스포츠에서 정상을 차지하기는 아직 멀었다』고 자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한다.
화려한 퍼레이드, 거국적인 환영회 등이 끝나면 우리에게도 생각해야할 일, 해야할 일들이 당장에 너무도 많다.
우리의 의외의 성과가 전세계와 당당히 겨루는 진짜 실력의 성과가 되어야하며, 우리의 좌표는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냉정히 평가해야 할 일이다.
또 이번 메달리스트들이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무명선수들이었다는 점도 관계 전문가들의 선수평가와 관리에 문제점을 제기한 좋은 재료가 된다.
우리의 스포츠강국이라는 이상은 아직 멀고도 멀다는 느낌이다. 전체 23개 올림픽 종목 중 겨우 6개 종목에서 메달권에 들어갔고 그것도 대부분이 투기종목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스포츠의 과학화가 절실함을 웅변하고 있다.
같은 동양민족으로 체력과 신장이 비슷한 일본이 우리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고르게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선수관리와 훈련의 과학화와 경제적인 지원의 풍부함 때문이다.
우리 스포츠가 언제까지 「가난한 시골청년의 투지」에만 의존하고 우연한 행운이나 의외의 승리에 만족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하루 속히 이번 LA에서의 승리와 패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개혁 보완하여 88올림픽에서는 지금의 메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더 많은 메달을 차지할 수 있는 주최국으로서의 국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겠다. 앞으로 4년이란 세월은 결코 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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