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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뺨치는 조사위 보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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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명의 조사위원은 첩보영화에나 나올 법한 방식으로 취재진을 따돌리고 있다. 조사가 시작된 18일 밤, 귀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일부 조사위원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가 출입문에 정확히 맞춰 차문을 열자 불과 10여 초 만에 승차한 뒤 주차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나머지 조사위원들은 매일 차를 바꿔가며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출퇴근 때 단 한 번도 기자들과 마주치지 않았다는 정명희(서울대 의대) 조사위원장이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관계자를 빼돌리는 솜씨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MBC PD수첩의 한학수 PD는 21일 조사를 받았다. 취재진에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인데도 취재진 가운데 누구도 그를 보지 못했다. 취재진은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한 PD가 전화 통화에서 "이미 조사를 받고 돌아왔다"고 말해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한 PD는 출두 예정시간인 오후 8시보다 한 시간 일찍 서울대 수의대에 도착해 취재진의 눈을 피해 건물에 들어간 뒤 한 시간여를 기다리다 오후 10시쯤까지 조사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안규리 교수도 조사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이튿날 확인됐다.

조사위원들이 이같이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데는 조사위 측이 고용한 사설 경비업체의 역할이 크다는 후문이다. 이 업체는 경호원 10여 명을 동원해 수의대 건물을 지키는 동시에 조사위원들을 '안전하게' 출퇴근시키는 전략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유지에는 특이한 형태의 수의대 건물도 한몫했다. 산비탈에 세워진 수의대 건물은 낮은 쪽에 1층부터 10층이, 높은 쪽에 5층부터 10층이 위치한 H자형 건물로 평상시 출입구만 해도 2층에 한 곳, 5층에 두 곳 등 서너 군데에 이른다. 게다가 평상시에는 잠겨 있는 출입문이 언제든지 열릴 수 있어 어디로 누가 나올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안 유지와 함께 조사위원들의 강행군도 화제다. 조사위는 성탄절에는 조사를 중단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바꿔 24일에도 미국에서 전격 귀국한 김선종 연구원을 밤샘 조사했다. 출범 이후 2주간 쉰 날은 28일 하루뿐이다. 조사위원들은 통상 오전 9시쯤 출근해 다음날 오전 1시쯤 귀가하며 서너 명씩 따로 모여 조사할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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