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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챙겨 먹다 '탈난'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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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관급공사를 받은 건설업체에 상습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향응 접대를 받아온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1년8개월 동안 무려 1백12차례 현금이나 향응접대를 받는가 하면 휴대전화 구입료와 통화료를 요구하고 불우이웃 성금까지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9일 공사 편의를 봐주고 시공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서울시청.용산구청 공무원과 노동부 근로감독관 등 9명을 적발, 이 중 全모(39).王모(48)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뇌물을 준 G산업개발 사장 洪모(4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현장소장 金모(35)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시청 공사감독관이던 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용산구청이 발주한 후암동 힐튼호텔~후암초등학교 1.5㎞구간 1차선 도로확장공사를 하던 G산업개발 현장소장 金씨에게 공사의 설계 변경을 도와준 것을 빌미로 향응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2백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는 등 7개월간 34차례에 걸쳐 6백4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서울시청 공사감독관이던 王씨는 2001년 10월 공사현장소장 金씨에게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강요해 개통한 뒤 이후 11개월분의 통화료 1백56만여원을 대납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50여차례에 걸쳐 식사와 향응을 제공받는가 하면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내라고 강요해 받아낸 1백만원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공무원들이 뒤를 봐준 덕에 G산업개발측은 공사 발주 당시엔 35억여원이던 도로확장 공사비를 세차례에 걸친 설계변경 끝에 41억6천여만원으로 6억원 이상 부풀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중 상당액이 더 많은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건네졌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들의 공생관계는 지난 3월 全씨와 사장 洪씨가 함께 식사를 하다 언쟁이 붙어 깨지고 말았다.

洪씨가 "지금까지 잘해줬는데 섭섭하게 한다"는 말에 시비가 붙어 서로 주먹을 휘둘러 경찰에 입건됐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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