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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학법 재개정 등 야당에 등원 명분 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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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등원을 거부한 채 장외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느 한쪽도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칫 정국의 파행상태가 내년 5월 지방선거까지 지속될 수 있다.

여당이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동의안, 부동산 관련 세법 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단독국회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 안건들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는 올해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고, 파병 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의 법적 근거가 없게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의안들이 지금까지 미뤄진 데는 여당에 원천적 책임이 있다. 야당이 극력 반대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파병 동의안 등 시급한 국가적 사안을 먼저 처리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학법 처리를 위해 예산안 등을 볼모로 삼은 것은 여당이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청와대와 여당이 "한나라당이 산적한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니 속이 뻔히 보인다.

여야의 극한 대결상태가 지속되면 그 부담은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돌아간다.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여당은 지나치게 무성의했다. 팔짱 낀 채 한나라당의 백기항복을 요구했을 뿐 설득이나 대화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매듭은 묶은 측이 풀어야 한다.

갈등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게 정치의 몫이다. 사학법 개정안을 원천무효화하기 곤란하다면 재개정의 여지라도 둬야 야당이 국회로 복귀할 수 있다. 여당은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이 등원할 수 있는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