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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Party Concert 가수랑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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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성행하면서 콘서트도 이처럼 파티의 특징을 살린 콘서트가 크게 늘고 있다네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심야에 벌어진 한 '파티 콘서트'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사진=김성룡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다이나믹 듀오 & 윈디 시티 크리스마스 습격 콘서트'. 오후 7시30분에 열린 1회 공연에 이어지는 2회 공연의 시작은 오후 11시30분이다. '콘서트+파티'라는 설명이 '미성년자 출입 불가' 표시와 함께 붙어 있다. 남들은 집으로 돌아갈 이 시각에 1200여 명의 남녀가 파티장으로 몰렸다. 대기실 앞에는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스탠딩 공연이라 먼저 입장하는 사람이 좋은 위치(무대 바로 앞쪽)를 차지하기 때문. 공연장에서는 1회 공연의 흔적을 치우고 정리하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사진=김성룡 기자]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솔.펑크 밴드 '윈디 시티'의 합동 공연이 주요 무대다. 그러나 드렁큰타이거.윤미래.정인.은지원.노홍철.올블랙 등 게스트의 비중도 컸다. 자정쯤 시작된 '콘서트+파티'의 공연 내용은 1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은 분위기. 공연장 입구에는 무료 음료와 맥주가 쌓여 있었다. 공연장 안에 뭉근한 맥주 냄새가 배어나고,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민소매를 입은 남성들, 루돌프 사슴 뿔 머리띠를 쓴 여성들은 슬슬 몸을 흔들며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무대는 3시간가량 끊임없이 음악을 뿜어냈다. 지친 관객은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와 땀을 식히고 다시 뛸 준비를 한다. 좌석이 촘촘한 여느 콘서트장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1, 2회 공연을 연달아 본 이예지(21.대학생)씨는 "춤추길 좋아해 파티 형식의 스탠딩 공연을 즐긴다"며 "새벽까지 열리는 DJ 파티에도 익숙해 한밤중에 공연을 보는 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공연 파티의 원조는 DJ 파티다. DJ가 음악을 틀거나 즉석에서 음을 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은 자유롭게 음악과 춤을 즐기는 형태. 소규모 클럽 등지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힙합 역시 흔히 '파티'란 이름을 달았다.

힙합 기획사이면서 파티 기획으로도 유명한 마스터플랜 이종현 대표는 "1999년 26시간 동안 DJ 파티를 열면서 힙합 공연을 집어넣은 게 디제잉 파티와 공연이 섞인 첫 사례"라고 말했다.

힙합 뮤지션 주석은 2002년부터 전국 클럽 투어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투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지방엔 클럽이 없어 큰 맥줏집에서 파티를 여는 등 애를 먹었단다. 그러나 지난해 봄부터 지방에도 클럽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술.담배 회사가 파티에 자사 제품을 제공하고 자금을 대기 시작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힙합과 DJ 뮤직이 대중화되면서 파티도 흥행에 성공하자 대중 콘서트에도 그 여파가 번졌다. '파티'의 옷을 빌린 콘서트가 증가하게 된 것.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등록된 '파티'식 콘서트는 2003년 35개에서 2005년 126개로 늘었다. 그중 23개가 12월에 잡혀있다. 또 그 절반가량인 10개는 '카운트다운 파티'용으로 31일에 몰려 있다.

31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릴 '이스트로니카 2005 카운트다운 파티'를 기획한 트라이앵글 뮤직 정태준 대리는 "일반 콘서트보다 파티 콘서트의 매출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 판매가 워낙 잘 되기 때문에 예매율이 낮아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연진의 품질만 괜찮으면 파티에 온 관객이 즉석에서 전화를 걸어 "물 좋으니 이리로 건너오라"는 식으로 친구들을 부른다는 것. 시작과 끝은 있지만 관객의 드나듦이 자유로운 '파티'라서 가능한 일이다. 이 파티는 31일 오후 8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

조성모도 최근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에 파티 형식을 접목했다. 콘서트 전후에 DJ 공연을 넣어 준비운동과 마무리를 맡긴 것이다. 발라드 가수 린도 최근 파티에 도전했다. 마스터플랜과 케이블 음악 채널 KMTV, 서울 청담동 하드록 카페가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사운드 플라이트' 파티에 출연한 것이다.

마스터플랜 이 대표는 "성인 대상 콘서트에는 후원 기업을 구하기 힘들지만 파티는 술.담배 회사에서 후원을 받기 쉽다"는 점을 파티형 콘서트가 증가한 큰 이유로 들었다. 팬클럽을 몰고다니는 10대 가수들의 콘서트에는 각종 기업이 줄지어 후원하지만 성인 대상 콘서트는 후원업체를 구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는 첫 콘서트부터 '파티'란 이름을 달았다. 소속사 플럭서스 김진석 실장은 "젊은층은 딱딱한 형식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파티란 이름을 붙이는 게 공연계 트렌드"라고 말했다.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고 싶어하는 20대의 욕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콘서트, 파티의 옷을 입는다.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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