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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불성실한 자세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월30일부터 이틀간 동경에서 열린 제22차 한일협력위합동회의는 전두환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양국의 정계·재계·학계·언론계 중진들이 자리를같이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었다.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전대통령의 방일의의를 높이 평가하고 그 성공을 위해 협력할것을 다짐하는한편 앞으로 기술협력,재일동포의 법적지위향상등 양국간 현안문제해결에도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함으로써 그나름의 성파를 올렸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일본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만하고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회의에 참석했던 한국대표단은 물론 회의의 진행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실망과 불쾌감을 남겼다.
협력회의를 비협력회의로 몰고 갈뻔한 일본측의 작태를 중계해본다.
회담 첫날인 30일 하오2시부터 시작된 기조연설에서 먼저 등단한 한국대표로 유근환의장이 「동북아시아 안보와한일양국의 협력문겐 ,이승윤전재무부장관이 「한일경제협력의 장기전망」,최세경전의장이 「한일우일친선의 현재지」이성근명지대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라는 제목으로 한일간의 주요현안에 대한 한국측의 의견과주장을 진지하게 개진했다.
유의원은 북한의 대일접근자세의 허구성을 지적하면서 한미,미일방위체제의 강화와 일본의 대북한접근자세의 자제를 촉구했으며· 이승윤전장관은 한일간 제품생산의 수평적분업체제의 필요성과 그를 위한 일본갸술의 대한이전의 측진올 주강했다..
최세경전의원은 교과서왜곡과일본에서의 한국어교육문제를 들어 일본측의 성의있는 대응책을 요구했고 이교수는 재일동포에게부과되고있는 지문날인의무의 문제점을 지적,일본측의이해와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대표 4명의 기조연jtf이 끝난후 일본측이 내세운 2명의 기조연설자는 모두 일한 협력위원회 회원이 아닌데다 연설내용이 회의의 성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기상천외한 것이어서 듣는 사람들을 아연케했다.
「세계정세의 현황과 전망」 이란 연설제목을 가지고 먼저 등단한 아오야마(청산) 학원의「에또」 교수는 탄산가스의 증가로 인한 지구의 온실효과와 산성비의 피해에 대한 우려,미·EC 일본·소련의 기술혁신경쟁,인구문제,핵군축문제등으로 시간을 다 보낸후 맨끝으로 『한일관계는 협력의 확대와 대립의 축소노력이필요하다』 는 한마디를 덧붙이고 하단했다.
이어 「가치관의 동요라는 새로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라는 제목을 가지고 마이크 앞에선 현대인간과학연구소의 「도비오까」 소장은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하고 있는금일의 상황과 성서에 나오는바벨탑의 비유, 철학자「막스·베버」· 「데카르트」 의 범죄, 종교문제등 한일관계와는 거리가 먼얘기만 하다가 역시 끝으로 『한일은 인류의 패자가 아니라 왕자가 돼야한다』 는 아리송한 말로 연설을 끝냈다.
한국대표단의 제한시간을 넘긴 열띤 연설에 냉수를 끼얹은 꼴이였다.
「경제협력이나 법적지위는 너희들끼리·실컷 떠들어라, 그게우리하고 무슨상관이냐」 하는 오만무례 방약무인한 생각을 갖지 않고서는 있을수 없는 태도였다...
말하자면 「일본은 이미 세계적인 대국이다.너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얘기가 안된다」는 자세였다.
얼마전 「오오시마」 (대도저)라는 일본 영화감독의 「바까야로」발언이 우호무드의 한국인들 마음에 상처를 준일이 있지만 이번 한일협력위 합동회의에서 보인 일본측의 태도는회의의 성격이나 일본측의 연출이 의도적이라는 점에서 그보다 더 고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있다.
일본측의 이같은 자세는 기조연설에서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인원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우리측대표단 25명이 시종일관 자리를 지킨데대해 일본측은 회의 둘쨋날인 31일에는출석예정자의 5분의1에도 미달되는 13명만이 얼굴을 보였다.
이런 회의분위기에서 공동성명이 나왔다는것 자체가 이상하다면 이상한일이라고할수있다.
이번 회의는 한일관계구축의어려움을 다시한번 부각시킨 회의였다고 볼수밖에없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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