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만 모았다 실패한 레알마드리드의 교훈…'스타종목' 쫓지 말고 분산투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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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 삼성증권 고객전략실장

2년 전, 삼성증권이 내놓은 한 보고서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투자를 권하는 증권사들의 행태가 투전(投錢)판 주인과 같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뱉은 주인공은 현재 삼성증권 고객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정영완 상무다.

정 상무의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증권사가 위험자산을 관리하며 매매를 반복하는 것은 고객 중심의 관점이 아닌 회사 매출 중심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수익률만 보고 위험 요인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지금 같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일수록 분산투자·장기투자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투자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급하게 오른 증시가 약세로 전환하고 있다.

"1분기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삼성전자 갤럭시S6 시리즈에 대한 호평, 그리고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지연 기대 등이 이어지며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2분기 중반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졌고 국내 기업의 실적 불확실성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실적 개선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나 상승을 기대해 볼만하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하기 어려운 시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돈을 벌면서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다양한 자산을 편입해 특정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낮추고 수익기회를 다변화하는 분산투자 전략이다. 고위험 성향의 투자자라도 포트폴리오에 채권 자산을 반드시 넣는 것이 좋다. 또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자산도 포함시켜 치명적인 손실 위험을 제거하고 수익률 개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은.

"먼저 주식형과 채권형의 비중을 결정한다. 보통 주식 6, 채권 4 정도가 기본이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주식형을 더 늘릴 수도 있다. 그리고 자산에서 국내와 해외의 비중을 다시 결정하면 되는데 잘 모르겠다면 일단 반반으로 가져가면 된다. 이렇게 하면 국내주식형 30%, 해외주식형 30%, 국내외 채권형 40%인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 정도면 상당히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유의할 점은.

"'스타종목' '스타상품'보다는 목적에 맞는 종목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0년 초반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스페인어로 은하수라는 뜻)'라는 정책의 하나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써가며 세계 각국의 스타선수들을 영입했다. 지단, 호나우두, 베컴, 피구 등 동시대 최고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에 모였지만 오히려 팀 성적은 하락했고 3년 연속 무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각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가 필요할지를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유명한 선수들을 끌어 모은 결과라고 분석한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수익을 많이 낼 것 같아 보이는 종목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보다 투자 목적에 맞는 종목들을 골라야 한다. 혼자서 결정하기 힘들다면 금융기관 PB(프라이빗뱅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삼성증권 POP UMA(Unified Managed Account·종합자산관리계좌)도 답이 될 수 있다."

-최근 POP UMA의 가입잔고가 1조원을 넘었는데.

"POP UMA는 고객의 투자목적과 성향에 따라 전문가들이 펀드,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가입하는 랩 서비스다. 지난해 8월에 출시한 상품인데 올 들어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가입 잔고가 1조원을 돌파했다. 본사에서 만든 11개 모델포트폴리오(MP)를 참고해서 운용하는데 MP에 들어가는 상품들은 최고 중의 최고만 골랐다고 자부한다. 전문가들이 일주일에 두 세번씩 모여 상품을 리뷰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 리밸런싱(편입종목 변경) 회의를 진행한다. 6개월 이상 운용된 자금의 평균수익률이 8.73%에 이를 만큼 성과가 좋다. 장기투자시에는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 외에 투자자들이 또 유의해야할 점은.

"금융시장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배분이 돼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주가가 급락해 포트폴리오 내 주식비중이 크게 줄었다면 전체 자산 배분 관점에서 주식비중을 다시 늘려주는 과감한 조정도 필요하다. 평균으로 회귀하는 주식의 속성상 향후 반등 역시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서치 회사 달바(DALBAR)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0년까지 S&P500 지수는 연평균 9.1% 상승한 반면 펀드 투자자의 실현수익률은 3.8%에 불과했다고 한다. 금융위기 당시엔 공포심에 못 이겨 바닥에서 환매한 반면 주식시장이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올랐을 땐 오히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사전에 리밸런싱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지켜간다면 이런 심리적 한계도 극복이 가능하다. PB의 도움을 적절히 받는 것도 좋겠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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