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연합고사의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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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행 평준화지 역의 고입제도를 연합선발고사와 체력장을 폐지, 중학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할 것을 촉구한 서울시 교위의 건의는 문교부가 추진중인 고교 평준화시책과 관련, 주목된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대로 지금 실시중인 고입연합고사와 체력장 검사는 12%정도의 학생들을 탈락시키기 위한 제도로서는 지나치게 인적 물적 낭비가 많다.
연합고사의 합격률은 지난 82년의 경우 남학생 83.1%, 여학생은 92.9%에 이르고 있으며 지방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체력장만해도 수험생의 57.1%가 20점 만점을 받고 있고 최고점과 최하점의 차이가 물과 5점밖에 안되어 선발기능이 상실되었다해서 그 폐지론이 나온지 오래된다.
연합고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4지선 다형 출제 방식이다.
채점의 공정성 명관성을 기하기 위한 그 방식은 그러나 중등교육을 뒤틀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연합고사를 잘 보아야 고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수업에 소홀하기 쉬울 뿐 아니라 창의적인 자기 계발을 못해오는 점등 결점이 있었다.
체력장 역시 6가지 방식으로만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균형있는 체력관리를 오히려 저해한 면도 없지 않았다.
가령 턱걸이를 많이 한다고 해서 꼭 그 학생의 체력이 뛰어나고 건강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도 그것을 체력의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체육교육의 목적을 왜곡시킨 결과를 빚었다.
현행 고입제도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비추어 중학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은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고 본다.
이런 구상은 기본적으로 서울시내의 중학이 「평준화」를 성취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평준화 성취여부에 관한 논의를 접어 둘 때 무엇보다 고려할 점은 내신성적과 공정성의 관계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무시험전형의 경우 잠잠해진 중학교의 치맛바람과 비밀과외가 다시 고개를 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교육자들의 권위가 인정되는 풍토라면 몰라도 특히 내신성적의 공정성 여부는 말썽의 불씨가 될 소지가 높다.
따라서 3년동안의 성적은 물론 행동발달 상황, 과외활동 등을 종합해서 객관적으로 성적을 평가하는 방식을 확립함으로써 예측되는 말썽을 줄여야 할 것이다.
또 시교위의 건의대로 고입제도를 「선지원 후배정」으로 하면 그렇지 않아도 차이가 있는 시내 고교간에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학교간에 차가 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같은 학군안에서나마 경쟁의 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교육의 기본적 목적에도 부합된다.
현행 고교평준화 시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력에 차이가 있는 이질집단을 마구 수용하는데 따른 하향 평준화에 있다.
「선지원 후배정」방식은 제한된 범위에서지만 이런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갈다.
실시 10년의 고교 평준화시책은 어차피 일대 수술을 받지않을 수 없게되었다.
중·고교 교육은 전교육 과정의「허리」라고 할 수 있다.
때늦는 감은 있으나 「허리」의 문제들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시교위의 이번 건의가 중·고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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