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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에 도전한다<27>정밀화학|자원보다 두뇌요구…개발여지 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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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동안 중화학공업의 언저리에 밀려나 있던 정밀화학공업이 긴 걸음마를 끝내고 이제 첨단의 길로 성큼 접어들어 선진을 향한 힘찬 진군을 계속하고 있다.
정밀화학공업이란 비료나 석유화학·시멘트등 장치위주의 일반화학공업과는 달리 기술의 고도화가 요구되는 농약·의약품·염료·안료·향료·첨가제등 설비투자는 소규모이면서 다품종소량생산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정밀도가 높은 화학공업」을 말한다.
이러한 정밀화학공업은▲두뇌·기술집약적▲고부가가치·고수익성▲자원·에너지 절약형▲자본집약적 비장치산업이란 점에서 자원보다는 두뇌가 앞서는 우리실정에 꼭 맞는 비교우위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또 정밀화학제품은 다른 산업제품의 고급화·부가가치제고등을 통해 타산업을 지원·보완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농산물 수확증대(농약), 섬유제품의 고급화(염료), 전자제품의성능향상(반도체재료), 기계장치의 성능향상 (윤활유첨가제·도료)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밀화학공업의 원재료가 되는 기초화학원료를 싼값에 수출하거나 다른 용도로써버리고 이로부터 생산 가능한 정밀화학제품이나 그 중간체는 수백배의 값으로 다시 수입해야 하는 기형적인 패턴을 보여왔다 (상공부 정밀화학과 방갑정과장).
이유는 석유화학, 석탄화학, 산·알칼리등 기초화학원료로부터 유도합성되는 각종 중간체의 개발이 미흡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일반화학공업과 정밀화학공업의 상호보완적인 균형발전이 무시된 채 석유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일반화학공업위주의 정책만 추진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정밀화학산업은 수익성이 높은 성장산업이란 점에서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전체화학공업에대한 정밀화학공업의 구성비(파인화율)가 50%이상을 유지하고있다.
일찌기 정밀화학에 눈을 돌린 스위스가 90%, 서독이 70%, 미국과 일본이 50%에 이르고 대만도 30%선을 웃돌고있으나 우리는 총생산액이 27억달러(82년)정도로 겨우 15%선에 머물고있는 실정이다.
또 정밀화학공업은 시장성이 국내외적으로 크게 신장되고 있는 추세.
국내총수요는 71년에 1·5억 달러에서 76년 9억달러, 81년 25억달러로 10년사이 16배로 늘어났고 86년에는 48억달러로 전망되고있다.
세계시장도 74년에 1천6백억 달러에서 80년에는 2천2백억 달러로, 86년에는 3천억 달러로 전망되고 있어 선진국간의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있다.
최근들어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첨단기술이나 핵심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하기를 꺼리고 물질특허라는 제도하에 모방이나 개량할 기회마저 주지 않으려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독창적인 신규제품이나 신물질의개발로 선진국의 기술보호장벽을 극복해야할 처지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화학공업의 구조개선을 통해 파인화율을 86년까지 35%, 90년대에는 50%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선 비록 늦은 출발이기는 하나 82년부터 정밀화학을 국책연구개발사업에 포함시켜 82∼86년까지 1천2백3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기로 한 것은 선진화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국내의 정밀화학분야 연구개발은 한국화학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 10여개 기업연구소를 중심으로 하나씩 개화되고 있다.
미·일·서독등 선진국에서는 벌써 이같은 한국의 잠재력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정밀화학분야 연구개발동향을 한국화학연구소의 이재현 선임연구부장으로부터 들어보자.
▲농약=국내에서 사용되고있는 농약원제의 약50%가 국산화되어있는 상태이나 우리 고유의 농약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화학연구소는 2년전부터 고유농약개발사업에 착수해 이미2백종의 농약후보물질을 합성했으며 현재 미국 FMC사에서 이들에 대한 생리활성도 테스트에 들어가 그중 15종은 1차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연차적으로 2천여종을 합성해낼 계획이다.
또 식물생체내에 호르몬변화를 일으켜 식물의 내성과 다수확을 기하려는 식물성장조절제연구도 추진되어 현재까지 70여종을 합성, 벼·딸기·오이·토마토를 대상으로 묘판실험중에 있다.
▲고분자재료=축전지용 전도성플래스틱·전자제품의 전자파장해(EMI)방지재료등 신소재와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특수고분자·초고흡수성수지·각종고분자막의 제조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무기소재=단결정 실리콘·반도체용 고순도 가스·YAG레이저등 전자 및 광학소재의 국산화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개발에 성공한 천연색인화지에 이어 천연색필름 개발연구에 들어가 있다.
▲촉매 및 첨가제=석유화학의부산물인 안전사유를 재활용하기 위한 특수촉매를 개발중에 있으며 내연기관을 윤활유첨가제는 이미 시험공장설립단계에 와있어 86년쯤이면 4종정도의국산첨가제가 생산될 것으로 보고있다.
▲염료·안료=럭키·태흥산업을 비롯한 30여개 업체에서 합성섬유용 분산염료와 면제품에 쓰이는 산성염료등을 상당부분 국산화하고있다.
공업용 인쇄잉크·페인트등에 쓰이는 안료는 대한스위스화학 등 10여개 업체에서 국내수요분을 생산하면서 고급화를 시도하고있다.
▲의약품=의약품 원료중에서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주로 베타-락탐계의 항생제, 즉 암피실린·아목시실린등 페니실린계 항생물질과 세팔로스포린계의 항생물질.
그리고 메벤다졸·피란텔파모이트등 회충약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디스토마약 프라지콴텔, 알루미늄 하이드록사이드등 위장약, 항결핵제인 에탐부톨·리팜피신등이 최근 몇년사이에 개발된 주요 국산의약품으로 꼽을 수 있다.
프라지콴텔을 서독에 이어 두번째로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의 김충섭박사(유기제3연구실) 는『우리나라는 아직 신화합물에대한 생리활성테스트 능력이 없는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에 인색치 말아야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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