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파문으로 한국 과학계 신뢰도 손상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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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계기로 해외 언론의'한국 과학계 때리기'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두고 과학계 일반의 문제보다는 한국의'특수한 문화'에서 주목하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그간 해외 과학자들이 칭찬해 온 황우석팀의'분업화 시스템'을 역으로 논문 조작이 가능했던 원인으로 분석하는데서도 느껴진다. 이때문에 국내 과학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한국정부의 관대한 지원과 내부감시가 어려운 연구실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논문 조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우선 황 교수가 6천500만달러의 정부 연구자금을 얻어낸 것은 물론 과학기술부로부터는 '제1호 최고과학자'로 꼽히는 등 한국정부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점을 주목했다. 또 식물학자 출신인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지난 2004년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황 교수가 얼마나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분야별로 세분화된 연구조직이 결과적으로 전체 연구실적에 대한 내부감시 또는 확인을 어렵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황 교수가 외국의 다른 과학자들이 충분한 난자를 확보했다면 자신들도 이뤄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진전을 보고했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황 교수의 연구결과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황 교수 논문조작이 한국 내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제기와 서울대학교 자체조사에 의해 밝혀졌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한국 과학계의 신뢰도 손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24일"마치'벌집'처럼 연구원들 간 의사소통이 왕성하게 이뤄지는 미국의 실험실과는 달리 황 교수의 실험실은 칸막이로 나눠진 공장의 조립라인을 닮았다"면서 연구실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익명의 과학자를 인용, "(한국 과학계의)사기 행위가 황 교수 너머에도 있는게 분명하다"며 또다른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은 황 교수가 복제 전문가라기보다는 '사기꾼'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족주의'와 '독선'이 과학을 오염시켰다며, 국내에서 일었던 황 교수 영웅화 분위기를 꼬집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들이 노벨상에 연연해 황우석 교수를 신성화해왔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서울지국장도 24일 서울발 기사에서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 "한국에는 반일처럼 외교,정치 문제는 물론이고 냉정한 학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과학 분야에까지 과잉 애국주의가 퍼져있다"고 한국의'애국주의'를 비판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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