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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COK의 해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한국제경제협의체(IECOK)가 창설 운영된지 18년만에 그 마지막 총회를 열고 해체를 결정했다.
이 협의체가 구성된 60년대 후반기는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했던 시기였고 그 주요 재원을 외자도입에 의존했던 시기였다.
부족한 국내 재원과 대외 신인에도 불구하고 외자도입을 서둘렀던 당시로서는 대외 차입의 보증인 역할을 맡아온 이 협의체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과대 평가될 만큼 우리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컸었다. 그리고 그 큰 영향력만큼 개발재원 조달에 기여한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 협의기구의 운영 이후 우리가 조달한 외자의 86% 이상이 이 기구의 회원국 또는 회원기구로부터 조달됨으로써 우리경제의 대외 신용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한바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초년대 중반 이후 우리 경제의 대외적 평가가 개선되고 외자도입의 채널이 다양화하면서 상대적으로는 이 협의체의 기능이 축소되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정부대 정부나 국제금융 기구로부터의 공공성 차관에서부터 점차 금융기관 차입이나 민간레밸의 자기신용에 의한 자금조달이 확산되면서 외자조달 대상도 다변화했다. 이에따라 이 협의체는 설립 당시의 기능이 점차 퇴색함으로써 더이상 이 기구를 존속시킬 필요성이 없어진것으로 볼수 있다. 이점에서 볼때 이기구의 해체는 외자도입사에 하나의 전기로 기록될만한 의미를 갖는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구의 해체를 보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자만보다는 그 뒤에 숨은 크나큰 교훈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 첫째는 경제개발 방식의 반생이다. 내적 준재력을 키워가는 노력보다도 외연적 경제확산에 더 주력할때 그것은 곧 외채 누적이라는 국민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또한 우리 세대만이 아닌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까지 전가되는 것이다.
또 하나, 외자에 주로 의존하는 경제개발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반생이다. 70년대 초반의 외환위기나 그 이후에 단속적으로 수없이 겪어왔던 국제수지의 위기적 상황이 경제전체에 얼마나 큰 주름을 미쳐왔는지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오늘의 비할수 없이 높아진 대외 신인에도 눌구하고 언제나 가능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에서 외자·의존의 장기화가 우리경제의 자주성과 경제운영의 자율성을 제약할수 있다는 사실이다.
5개년계획을 비릇한 우리의 주요 경제정책 결정과 집행이 이들자본 공여국이나 국제기구들로부터 평가와 사전 협의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간섭받아온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제정책 운영의 노하우나 선진경제의 경험을 함께 도입하는 잇점도 없지 않았지만 자주적 경제운영이 여러 측면에서 제약받은 점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IECOK 해체가 그 자체로써 우리경제의 자립을 반증하지 않을뿐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상당기간 외자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다. 때문에 이같은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보다 자립적인 경제발전의 수단을 개발하고 그 기반을 확층해가는 일이 더윽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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