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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맞춘 일시적 현상 아닌 장기추세|한국 수출액 41%를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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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내 보호주의 경향을 반영하는 한국상품에 대한 제소건수가 미국선거시기에 맞추어 크게 늘어난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일반적 보호주의 추세는 그런 정치적 계기와만 연결시킬수 없는 장기적이고 뿌리깊은 현상이라는것이 현지 한국통상 관계실무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한국수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 현상은 다음과 같은 미국측 인식에 바탕을 두고있다.
첫째 전후를 통해 대개 60연대까지 전세계에서 어렵지 않게 우위를 점해온 미국상품이 이제는 해외시장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외국상품으로부터 큰 도전을 받고있다. 「볼드리지」 미상무성장관의 말에 따르면 20년전 미국상품이 외국상품과 경쟁한 몫은 25%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7O%의 상품이 도전을 받고있다.
그런 상황에서 『10억달러어치의 외국 상품이 들어올 때마다 미국에는 2만5천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휴레트·페커드」사장말)는, 무리한 논리지만 미국인의 경각심을 반영하는 등식이 보호주의의 분익기를 부채질한다.
둘째 미국이 겪고있는 적자폭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해 7백억달러이던 미국무역적자는 금년에 1천3백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달러화의 강세현상으로 가중된 미국측의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지만 그 결과가 보호주의 경향을 자극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는 매일반이다.
세째 일본의 선례가 불러일으킨 한국등 아시아 개발도상국 상품에 대한 과잉방어 경향이다.
금진호 상공부장관이 통상사절단을 이끌고 워싱턴에 도착하던날 USA 투데이지가 『뉴저팬(한국지칭)이 미국에 무역적자를 안겨주고 있다』는 선동적인 1면기사를 썼고 「월포위츠」 국무차관보가 공석에서 한국이 「부공정 행의」를 하고 있다고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으며 최근에는 한미 자동차 업계의 합작을 경계의 시선으로 보는것등이 모두 한국의 대미 수츨 현황 보다는 앞으로 한국이 일본처럼 미국 시장을 석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일반적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와 올해 사이 공작기계·원형강관·컬러TV·각강관·타이어 튜브·중후판·양식기·신발류·청강류등 10가지 품목에 대한 규제 제소가 미국업체와 노조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들은 정부가 업체의 규제 압력에 가장 취약한 금년 선거철에 상무성과 미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이 내려지도록 제소시기률 정했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정부측에서는 규제조처들이 미국법에 따라 행해지는 공정한 적법행위이지 정부가 주도하는 보호주의 정책의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정부관계 기관들이 행사할수 있는 재량권의 범위에서는 제소를 당한 측에 불리하게 판정이 유도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현재규제중인 5가지 품목과 조사중이거나 이미 판정이난 (일부는 무해판정으로 규제에서 제외된것도 포함) 10가지품목의 83년 1∼11월사이 대미수츨실적은 30억달러가 넘는다. 이는 같은기간중 전체 대미수츨액의 41·2%에 해당한다. 대미수츨품중 70%가 규제를 받고 있는 일본의 경우보다는 낮지만 이 비율은 한국의 대미수출 활동에 미치는 미국의 규제범위가 얼마나 폭넓은 것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규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대미수출에 가해질수 있는 타격면에서 비슷한 효과를 갖는 특혜관세제도(GSP) 축소가 또다른 압력요인으로 남아있다.
개도국애 대해 원조대신 수출을 돕기위해 마련된 이 제도에 따라 한국은 83년중 15억달러에 상당하는 상품을 미국에 완전면세로 수출했다. 이는 대미수츨 총액의 18·2%에 해당되는데 대상품목이 주로 중소기업 상품이기 때문에 고용창츨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정책상의 기여를 해왔다.
이 제도는 금년말로 만료되고 85년 1월부터 실시될 제2기 개정안이 현재 의회에 상정되어 있다.
개정안 속에는 현행의 품목별 요건을 강화해서 현재 GSP혜택을 받고있는 품목을 대량「졸업」 시키기 위한 규정과 수혜국의 시장개방 압력수단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려는 규정등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불길한 것은 GSP 자체의 연장에 반대하거나 한국·대만·홍콩 3국에 대해서는 GSP 혜택을 전면 중단해야 된다는 의견이 의회안에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 경제실무자들은 한국이 GSP 혜택에서 완전 제외될 최악의 경우 수츨은 2억∼3억달러로 즐어들게 될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지만 한국이 신종 수출 품목으로 역점을 두고있는 고도기술 분야에도 규제의 기운이 돌고 있다.
미국 무역법 337후는 원래특허와 판권에 적용되던 것인데 앞으로는 컴퓨터·마이크로칩· 로보트·신소재·생명공학분야에 이를 확대 적용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맘그렌」박사가 최근의 한 기고에서 경고했다. 지적소유권을 보호하는 이 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첨단기술분야의 기술응용도 「도용」으로 간주해서 문제되는 제품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를 명할수있다는 것이다.
미국통상대표부(USTR)의「피터·알가이어」 부대표는 미국대통령 선거결과가 수입규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레이건」이 당선되면 규제 제소건수가 크게 줄것이지만 만약 「먼데일」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새 정부의 통상정책을 시험하기 위해 제소 사태가 날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먼데일」 후보가 현재 표방하고 있는 보호주의정책 자체는 일단 그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크게 후퇴할것이라고 그는 내다 봤다.
그렇더라도 일반적인 추세는 수입규제의 강화 쪽이다.
따라서 한국무역 당사자들은 준사법적 절차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내 수입규제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해서 효과적인 대처를 하는것이 시급하다고 현지 실무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각료들을 찾아가서 다정하게 어깨나 치고 『잘봐달라』는 식의 한국스타일의 개인교섭으로는 제도화된 미국의 규제장벽을 극복할수 없는 것이라고 현지 실무자들은 안타까와하고 있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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