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에 좋다던 백수오 논란에 제약업계 불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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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가짜 백수오 원료 파문으로 뒤숭숭하다. 논란의 주인공인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원료를 구입했던 일부 제약사는 제품 판매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제품 매출액 자체는 크지 않아도 회사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 가짜 백수오 원료 파문 이후 당사자인 내츄럴엔도텍은 물론 제약·바이오 주가 역시 주가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약재다. 내츄럴엔도텍은 이 원료를 가공한 건강기능식품 ‘백수오 0’, ‘백수오 000’, ‘00 백수오’ 등을 판매하면서 원료를 다른 업체에도 원료를 공급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에서 에서 내츄럴엔도텍에서 사용하는 백수오 원료가 가짜라고 발표하면서 백수오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당시 소비자원은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백수오 제품의 60% 이상에서 백수오 대신 식품에 사용금지된 '이엽우피소' 를 섞어 제조·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후 네츄럴엔도텍은 지난 2월 식약처에서 조사할 때는 이엽유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검사결과가 잘못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외관상 비슷하지만 간독성·신경쇠약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소바자원은 "최근 백수오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체들이 재배기간이 짧고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 제품을 판매했던 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제품 환불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재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재조사 결과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식약처는 "2월 검사했던 원료는 입고일자가 지난해 12월 17일이며 재배농가·생산지 등이 소비자원에서 수거해 검사한 원료와 달랐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된 것은 백수오 원료 입고일자가 3월 26일로 소비자원에서 검사한 것과 동일한 날 들어왔다.

사실상 3월 이후 내츄럴엔도텍에서 공급·제조·생산한 백수오 제품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을 섭취했더라도 건강에 위해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식약처는 백수오를 원료로 제품을 제조·생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원료 관리체계와 품질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 실태를 특별점검하고 있다. 또 시중에 유통중인 제품을 수거해 검사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실시하면서,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검찰 역시 내츄럴엔도텍을 대상으로 이엽우피소 혼입과정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 증상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효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짜 백수오를 사용했어도 갱년기 증상 개선효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서석교 교수는 4일 백수오 효능과 관련된 논문이 국내외에 각 1편에 불과하고, 해당 논문의 연구설계가 백수오 효능을 검증하기에는 허술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2003년 국내에 발표된 백수오 관련 첫 논문은 백수오·당귀·아이소플라본(콩에 함유된 식물성 여성호르몬)을 투여 받은 폐경기 여성 24명(평균 45세)의 58.3%가 갱년기 증상이 호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 교수는 "갱년기 증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아졌는지 확인할 수 없고, 나아졌다 하더라도 그 효능이 백수오 때문인지 당귀 등 다른 성분 때문인지 알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수오 단독으로만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지 논문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2012년 출간된 연구에서도 백수오·속단·당귀가 각각 3분의 1씩 함유된 복합제를 복용한 그룹의 갱년기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 등은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절대적인 표본의 수도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나마 있는 논문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논문의 공동저자 대부분이 백수오 제품을 생산하는 내츄럴엔도택 관련자다.

서 교수는 "백수오의 건강상 이점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백수오의 효능을 맹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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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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