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12월 15일 서울.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던 박준섭은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시작한다. 성탄절을 앞두고 거리에 울려 퍼지는 자선의 종소리는 지나는 사람들의 가슴을 데우며 사랑의 손길을 내밀게 했다. 이 냄비는 오래도록 '자선남비'로 불렸다.
과거에는 '남비'가 일본어 '나베(鍋)'에서 온 말이라 하여 원형을 의식해 '남비'로 표기했으나 1988년 규정을 개정하면서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냄비'를 표준어로 삼았다. '서울나기' '풋나기' 등 '-나기'도 '-내기'로 함께 바뀌었다. 구세군 '자선남비' 역시 '자선냄비'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자선남비'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올해 자선냄비는 24일로 거리 활동을 마감했지만, 경기침체와 몇 년 만의 한파로 불우이웃들에겐 어느 해보다 도움이 절실한 겨울이다.
배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