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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vs 공연] 웃음 줬다 눈물 주는 연출가 고선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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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고선웅의 두 작품이 이번 달에 관객을 다시 찾았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왼쪽)’는 23일까지, 연극 ‘푸르른 날에’는 31일까지 공연한다. [사진 국립극장·신시컴퍼니]

“성남과 고요함, 슬픔과 기쁨 같은 극과 극은 서로 맞닿아 있잖아요. 그런 게 우리 인생 아니겠어요. 이를 작품에서 얘기하고자 한 거죠.”

 눈물이 차오르는 비극 속에 웃음을 감춰 놓고, 관객을 한참 웃기다가 한순간에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입담꾼. 연출가 고선웅(47)의 말이다.

 고 연출가는 ‘원작 비틀기의 대가’라 불린다. 원작을 토대로 한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해서다. 1999년 한 언론사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됐고, 2001년 옥랑희곡상, 2006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4년 차범석희곡상을 받았다.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 분야에서도 활약 중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원스’ 등의 극본 작업에 참여했고, 올 7월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서도 극본·연출을 맡았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그의 연출력을 “웃음 요소를 넣어 극을 경쾌하고 밝게 끌고 가지만 극이 담고 있는 비극성이나 주제는 잃지 않는 균형 감각을 지녔다”고 평했다.

 

연출가 고선웅

그런 고 연출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두 작품이 이달에 다시 관객을 찾았다. 연극 ‘푸르른 날에’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다.

 ‘푸르른 날에’는 2011년 초연작이다. 1980년 5·18 민주항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상처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연출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석 매진의 기록을 세웠다. 이번 공연은 김학선·정재은 같은 원년 배우들의 마지막 무대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지난해 고선웅과 국립창극단이 야심차게 만든 작품이다. 23회 공연의 평균 객석점유율 89%를 기록했으며, 이 중 6회는 매진됐다. 판소리 ‘변강쇠가’를 고선웅식 어법으로 풀어낸 19금 창극이다. 작창과 작곡은 소리꾼 한승석이 맡았다. 이 작품은 프랑스 대표 공연장인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사랑’이다. 고 연출가는 “사랑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작품을 만들 때, 갈수록 그 생각이 간절해지고 있다”며 “역경에 부딪혀도 사랑으로 버텨내는 게 인생 아니겠나”고 말했다. “연극에서 갈등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결국 이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바는 ‘화해’와 ‘사랑’”이라는 설명이다.

 ‘푸르른 날에’는 35년 전 겪은 상처를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울에 빠진 이의 주변 사람들은 결국 그를 떠나가죠. 하지만 우울을 이겨내려는 사람 곁에는 이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생겨요. 작품에 우리 스스로가 상처를 사랑으로 끌어안고 내일로 나아가려는 에너지를 담고자 했어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고정관념에 맞선 작품이다. “색골남녀의 단순한 음담이 아닙니다. 옹녀라는 한 인간이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 주체적인 모습을 담고자 했어요.”

 ‘푸르른 날에’는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31일까지 02-758-2150,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3일까지 02-2280-4114~6.

정리=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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