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질보다 양 위주로 지방공사 맡아|제주땅 투기주역 「대지종합기술공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지종합기술공사는 국내 1백97개의 기술용역회사가운데도 손꼽히는 대형업체. 정부투자기관으로 국내최대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와 함께 역사·규모·능력면에서 쌍벽을 이뤄온 민간기술회사로 알려져 있다.
65년 3월 대표 이정식(56)씨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의 자본금은 6억6천만원.
도시기획·도로·상하수도·도시개발·조사설계·도시토목부등 7개분야에 모두 1백8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이중 30여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술직.
이회사는 그동안 주로 지방도시의 개발계획을 맡아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중요한 것만 추려보면▲77년 반월·창원·여천공단 도시설계▲서울시의 2천년대 도시기본계획등을 했으며▲78∼79년에는 과천신시가지를 비롯, 북평·마산·인천·제주·울산등지의 도시개발및 실시설계를 했다.
그후 최근까지 아산산업기지개발계획과 안양·마산·수원·이리·동해 부천시의 도시설계 및 서울 가락지구 구획정리사업·서귀포시개발계획을 맡아왔다.
대지종합기술공사는 대표 이씨가 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아이템을 따내 질보다 양 위주로 사업을 펴온 것으로 업계에 소문이 나있다.
무엇보다 정확해야할 업종인데도 「우선 일감을 따놓고 본다」는 식으로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작업은 다소 날림」이라는 평. 이때문에 81∼82년에는 동업타사들로부터 「일감을 독식해 부실용역을 한다」는 진정을 받아 관계기관이 조사를 한일도 있다고 한다.
또 대지가 맡았던 인천시도시계획용역이 부실로 밝혀져 81년 경기도로부터 6개월간 입찰자격제한조치를 받았다.
77년 서울시로부터 2천년 대도시기본계획 용역(용역비1억7천만원)을 맡았을 때는 전직 내무장관 Y모씨를 통해 K시장을 움직여 따낸 것으로 서울시주변에 알려졌다. 그후 용역비 9천5백만원짜리 가락지구 기본계획과 4억5천만원짜리 환지계획용역도 수의계약에 의해 따냈다는 후문.
○…서울 여의도동 13의14 대지빌딩 9·10층에 있는 대지종합기술공사직원들에 따르면 대표 이씨는 한달에 2∼3번 정도 잠깐씩 회사에 들러 업무보고를 받곤 한다는 것.
이번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 4일에는 아침부터 1시간마다 외부에서 전화를 걸어 『어디서 연락이 온대 없느냐』고 물었으나 요즘은 전화조차 없다고 말하고있다.
대지빌딩은 82년 11월 20일 착공, 지난해 11월 완공된 지하1층·지상 10층 건물로 여의도 반도호텔 뒤쪽에 있는데 「대지」사무실로 9·10층만 쓰고 나머지는 임대분양중으로 비어있는 상태.
이번 사건에 관련된 장남 근승씨(26)는 법률상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게 직원들의 이야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시·도 간부들이라면 한번쯤 다 접촉했을 만큼 지방행정공무원들에게 밀착해있으며 퇴직한 내무부 고급공무원을 회사간부로 채용, 내무부계통의 용역을 많이 맡아왔으며 H모씨(이사관급)도 퇴직후 이회사 간부로 들어가 용역을 따내는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이씨가족들의 서귀포땅 매입의 현지총책은 서귀포시의 유지로 해운업을 하는 K모씨(47)라는게 현지주민들 사이에 오가는 공공연한 사실.
이정식씨가 제주도에서 모습을 감춘것은 지난달 29일 바로 서호동땅 매입사건이 터지기 직전으로 이씨·도 고위간부, 그리고 K씨등 3자가 서귀포시 모휴양소에서 만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한편 K씨는 9일 본사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은 『직책상 개인적으로 이씨와 가깝기 때문에 이와같은 오해를 받은 것 같다』며 오히려 서귀포시 새도시계획 시민공청회때 문제의 고근산 일대를 후보지로 결정하는데 반대의견을 주장했었다며 이씨와의 관계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씨는 가시리 땅을 살때는 가시리 인근마을인 표선면 표선리 홍모씨(47·식당업)를 대리인으로 내세웠고 서귀포 신시가지 후보지역의 땅을 아들이름으로 사들일때는 서귀포에서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박모씨(44)를 앞세웠다.
○…건설부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82년 이후 현재까지 7개 시·군에서 모두 11건의 도시계획 재정비설계와 도시기본계획 용역을 맡아온 것으로 되어있으나 대지종합기술공사가 제주도에서만 지금까지 맡아온 개발계획의 용역만도 모두 58건.
지난76년 제주시가 발주한 신시가지 개발사업인 「신 제주 토지구획 정리사업」 기술용역 및 「환지 계획」용역을 비롯, ▲남제주군이 올해 발주한「읍급 도시계획 재정비」용역사업 등 20건▲북제주군이 78년 발주한 한림도시계획현황 측량용역등 5건▲서귀포시가 81년 발주한 「서귀포도시 기본계획」등 3건을 포함, 지난 74년부터 올해까지 11년동안 모두 58건에 이르며 이에 따른 용역비만도 10여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10여년 동안 제주의 각종용역을 「독식」하다시피 하자 현지 주민들과 업계에서는 한때 이씨가 제주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돌았다고 한다.
○…대지종합기술공사 대표 이정식씨는 도시계획·설계용역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큰 손」. 그는 비록 전문기술자는 아니나 큼직큼직한 프로젝트를 잘 따내 그 회사 직원들은 물론 동종업계 사람들로부터 「대부」로 지칭되고 있다.
이씨는 60년대 공화당 정권의 내무장관이면 Y모씨(예비역장성)의 측근들과 접촉해 온것을 인연으로 서울과 지방의 크고 작은 토목공사용역을 따내며 부상하기 시작, 오늘날 상위그룹의 도시계획용역업체를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정식씨 그는 누구인가>

<통대1·2대의원, 국보위 입법의원도 지내|65년에 「대지」설립…큰 공사 따내며 급성장>
○…이씨는 건국대 정외과, 연대 대학원 정치과를 나온후 서울대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으며 토지개발공사에서 일하다 65년 「대지」를 설립, 운영해왔다.
이씨의 3남1녀중 큰 아들인 이근승씨는 82년2월9일 서귀포시 정방동 4가 11의 12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딸(27)과 둘째아들(24)은 83년 4월 19일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 3128의1로 옮겼다.
서울 도화동에는 이씨와 부인, 막내아들만 있다가 지난 5월23일자로 이들의 주민등록도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1114의5로 퇴거했다.
○…이씨는 지난 5월 23일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1114의5로 퇴거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 집에는 이씨의 동서인 고모씨(38)가 살고있어 이씨는 주민등록만 옮겼음이 확인됐다.
동네주민들은 『이씨가 제주에 오면 이곳에 묵곤 했으나 요즘은 볼수 없으며 가족들도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가 퇴거한 도화동 서울집에는 아직도 이씨 부부가 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상오 이씨집을 관할하는 경찰서의 한 간부는 『이씨가 주민등록을 옮겼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까지 그집에 살고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씨는 72년과 78년1 2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으로 피선, 서울시 운영위원을 지냈다. 80년 10월 실업계대표로 국보위입법회의의원으로 임명돼 경제제1위원회에 소속됐었다.
○…이씨의 여의도 사무실에는 각종감사패·임명장등이 즐비하게 벽에 걸려있다.
또 「입법위원 이정식」 「국민회의운영위원 이정식」 「부의장 이정식」이라고 새겨진 자개명패 3개가 책상위에 나란히 놓여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