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챌린저 & 체인저] 전국의 중장비 위치 실시간 파악 … 필요한 곳에 최단시간에 보내는 ‘캐터필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이태진
액센츄어 전무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가 1998년 내놓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로 게이머’라는 신종 직업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스타크래프트의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제한된 시간에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병력과 무기를 생산한다. 그리고선 상대방 진영을 공격해 먼저 무너뜨리는 쪽이 이긴다.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성공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승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도저·굴착기 같은 건설용 중장비를 만드는 미국 캐터필러의 사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컨설팅 회사와 손잡고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중장비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텔레매틱스 기술을 활용하면 ‘위성 통신망’을 이용해 차 안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 차량의 위치 정보를 확인해 전송하는 내비게이션 기술도 텔레매틱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텔레매틱스 기술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의 한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텔레매틱스는 캐터필러란 기업이 성장하는데 어떤 도움을 줬을까. 예를 들면 이렇다. A건설회사가 진행하는 지방의 건설 현장에 급하게 불도저 2대와 굴착기 1대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하자. A사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장비의 위치와 인력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현장에 가장 빨리, 최소의 비용으로 투입할 수 있는 불도저·굴착기를 찾아낸 뒤 곧바로 이동 지시를 내린다. 모든 중장비와 인력의 위치·현황이 텔레매틱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한적인 조건과 자원’ 속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최대로 높이는 이같은 시스템이야말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캐터필러는 자신들이 판매한 장비에 대해 운영 상태와 노화 정도를 파악하고 교체할 부품을 미리 제공했다. 또 장비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정비를 해줘 자사의 매출을 증대시켰다.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정보기술(IT)의 최신 흐름인 텔레매틱스 ‘사물 인터넷’을 과감하게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장세를 촉진시켰다. 변화무쌍한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확실한 기업의 생존·성장 전략은 새로운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21세기 기업가 정신의 요체이기도 하다.

이태진 액센츄어 전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