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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중간발표에 네티즌 반응 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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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의 시민들
23일 오전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가 중간발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발표내용을 지켜보고 있다.(서울=뉴시스)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이 완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설마 그것까지는 아니겠지'하며 애써 진실을 외면하려 했던 국민들이 결국 고개를 떨궜다. 믿기지 않지만 믿어야 한다는 상황에 국민들은 자괴감에 빠졌다. 그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걸었던 난치병 환자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에 휩싸였다.

황 교수팀이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며 김선종 연구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더 이상 황 교수팀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들의 반응이다. 이미 그를 향한 국민의 애정은 싸늘하게 식었다. 황 교수팀의 '마지막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주장이 설사 맞는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논문은 조작됐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황 교수팀이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전 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배양'이라는 연구성과를 발표, 세계를 놀라게했을 때 이미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사기극'"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 최고의 과학 저널로 전문가 집단인 사이언스를 속였다면 비전문가인 정부와 언론,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공동연구 제안을 받았고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줄기세포허브를 만드는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영웅의 '신화' 앞에 그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5)씨는 "황 교수가 '2막중 1막을 열었다', '강원래를 걷게 만들고 싶다'는 등 감동적인 말을 던질 때마다 나 역시 가슴이 뛰고 흥분돼 눈물을 흘렸다"며 "국민 모두가 희망과 꿈에 부풀었는데 결국 우리 모두가 속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 발표에 대해 네티즌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뉘어졌다.

다음의 아이러브황우석(cafe.daum.net/ilovehws) 카페는 발표 전부터 '오늘의 서울대 조사위 중간발표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일 것이며 안봐도 뻔한 것입니다! 절대 동요하실 필요 없습니다!'라는 공지를 띄워놓았다. 이 카페 회원들은 24일 전국에서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촛불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아이러브황우석 회원 대부분은 조사위 자체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현했다.

아이디 '바르톡'은 "서울대가 무슨 발표를 하든 별로 놀랄 거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발표할 거 뭐, 익히 예견한 거지요"라고 적었다.

아이디 개척자는 "조사위 대부분이 반 황우석 죽이기 인물들인데..애초부터 공정한 조사는 물건너 간겁니다.이제 우리는 검찰의 조사를 대비해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자연사랑1'은 "쓰레기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져버린 황우석 박사님... 그 쓰레기들의 주장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하냐"고 말했다.

아이디 '우리딸'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등돌려도 우리만은 여기이마음으로 황교수님을 성원해 줍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대 조사위 중간발표와 관련 황우석 논문의 진실성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 등의 네티즌들은 '이미 예상했던 조작이 확인됐다'며 황 교수 연구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실제 논문에 사용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가 2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2개면 어떻고 11개면 어떠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 박사 논문이 허위로 드러난 만큼 황 박사가 용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남긴 네티즌 leehoechoong은 "(황 교수가)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더 열심히 잘하고 있는 후진들에게 깔끔하게 길을 내 줍시다"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ㅋㅋㅋ'도 "더 이상 황교수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네티즌들은 또 "185개 난자가 아니라 훨씬 많은 갯수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발표와 관련 "결국 2005년 논문의 핵심이었던 성공확률이 완전한 거짓말로 드러나는 순간"이라면서 "수 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던 11/185의 확률은 완전한 거짓말"이라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울대 중간조사 결과는 전혀 알맹이가 없다"며 서울대 조사위를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네티즌 gasby는 "과학계에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측은함까지 느껴진다"면서 "잘못된 관행과 감시시스템 부재라는 현실을 왜 몽땅 황 교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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