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 상식' 깬 호남 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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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와도 계속 춥고
찬 공기가 한반도 덮어
삼한사온 현상 사라져

◆ '눈이 오면 따뜻해진다'='눈이 오면 거지가 빨래한다'는 속담이 있다. 눈이 오면 날이 풀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눈은 오히려 강한 한파를 동반했다. 눈이 가장 많이 온 4일과 21일엔 전날보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웠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눈을 만드는 원인이 저기압이 아닌 바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쪽의 찬 고기압 세력이 강해졌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하는 삼한사온 현상이 나타날 때는 고기압 세력이 빠지면서 남쪽의 따뜻한 저기압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때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서 눈이 내리고 기온도 오른다. 그러나 이번처럼 찬 고기압이 우리나라까지 확장해 있는 상태에서 따뜻한 바다와 만나 눈구름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눈이 와도 계속 북쪽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날은 더 추워진다.

습기 많아 무거워
추울수록 눈 가볍지만
서해바다서 수증기 공급

◆ '날이 추우면 눈이 가볍다'=눈은 습기를 얼마나 머금었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보통 추운 날 내리는 눈은 습기가 적어 무게가 가볍다. 눈발도 흩날리듯 날리는 게 보통이다. 반면 따뜻한 날 내리는 눈은 습기가 많아 무겁고, 피해도 커진다.

하지만 이번엔 날씨가 추웠지만 눈은 그다지 건조하지 않았다. 김 통보관은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10도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수증기 증발이 활발해 눈구름이 습기를 많이 머금었다"고 말했다.

눈은 솜털처럼 보이지만 일단 쌓이기 시작하면 그 무게가 간단치 않다. 폭 10m, 길이 10m인 지붕에 50㎝의 눈이 쌓이면 그 무게는 5t에 달한다. 몸무게가 70㎏ 정도인 성인 남성 70명이 올라가 있는 무게와 맞먹는 것이다. 특히 눈이 여러 날 이어져 계속 쌓이면 눈이 점점 다져지기 때문에 더욱 무거워진다.

영동엔 아예 안와
기압 배치 '서고동저'형
북서풍 건조해 눈 없어

◆ '폭설은 영동 지방에 잦다'=보통 '폭설'하면 눈 덮인 대관령을 떠올릴 정도로 강원 영동지방은 눈이 잦다. 실제 대관령.강릉.속초 지역은 1m가 넘는 눈이 쌓인 적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올 겨울 들어 강원 영동의 적설량은 0이다. 영동지방에 눈이 오지 않는 것은 올 겨울 기압배치가 예년과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겨울이 깊어지면 '북고동저(北高東低)'형 기압배치로 북동풍이 불어온다. 북동쪽에서 찬 바람이 밀려오면 동해 바다와 만나 구름이 만들어진다. 이 구름이 바람을 타고 들어와 태백산맥과 부딪쳐 상승하면서 더 강한 눈구름대로 바뀌고 영동지방에 폭설을 퍼붓는다. 반면 이번엔 '서고동저(西高東低)'형 기압배치였다. 따라서 북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습한 성질을 잃고 매우 건조한 바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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