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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에 국회 정상화 실마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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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의안처리와 선거법협상을 둘러싼 여야대립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가 민정당의 지자제실시에 관한 약간의 신축성있는 자세에서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고있다.
민정당은 3일 중집상위의 토의를 거쳐 3당 총무회담에서『지자제의 실시시기와 범위를 국회에서 야당과 협의해 결정할 용의가 있음』 을 처음으로 비쳤다.
이같은 민정당의 태도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후회없는 지방자치제를 실시할 수 있는 선결요건을 갖추는 것이 더욱 필수적이므로 지금은 그 요건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때』라는 종래의 입장보다는 약간 진일보한 것이다.
또 야당으로서는 11대국회 개원이래 줄기차게 주장해온 정치의안중 핵심의 하나가 해결될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여야가 경색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자제문제를 카드로 쓰게된 것은 상임위공전을 더이상 방치할때 받을 손실을 감안, 여야 모두가 명분을 잃지 않는 묘안을 찾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야가 별로 「아픔」을 느끼지 않으면서 국회를 담합공전시키는듯한 인상을 풍겼을때부터 서로의 체면을 살릴수 있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공전이 민정당에는 정내혁 쇼크를 냉각시킬 수 있는 다소간의 시간을 버는 효과를 주었고 야당에는 정치의안 타결을 위해「투쟁」 했다는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민정당이 이번 국회의 공전 사태를 풀기 위해 갑자기 지자제에 신축성을 보인 것은 아니다. 민정당은 오래전부터 지자제를 계속 야당의 정치공세 대상으로만 들수는 없으며 현실적으로 이의실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당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자제의 조기실시는 국회활성화· 공평선거· 대통령단임제에 이어 4번째로 중요한 정치발전요건이었다.
이에따라 민정당은 정부측과 이 문제를 깊이 있게 협의해왔으며 최근에는 12대총선거 공약에 지방자지제 실시시기를 명기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왔다.
민정당내에도 3년이상 국회에 계류되어있던 지자제문제를 민정당이 선거공약으로 「독식」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정치도의상 곤란하다는 견해가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지자제가 당면 정치이슈로 여야협상대상이 되고있다. 그러나 민정당의 「진심」 과 야당의 「기대」 에는 처음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민정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지자제실시 문제를 긍정 검토한다는 약속만하고 구체적인 합의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12대 국회임기중인 87년께 우선 재정자립도가 90%가 넘는 특별시· 직할시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야당진영에 흘리고있다.
민정당이 시간을 벌려는 것은 대야협상에 앞서 정부· 여당간에 구체적인 의견조정이 필요하고 또 가급적 카드의 효력을 연장시키려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한당은 정씨 사건으로 여담이 약점을 안고 있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지자제를 전리품으로 확정해 차기총선의 구호로 활용하고자 한다.
또 지자제를 현안으로 걸어두는한 여당이 이를 계속 흥정거리로 삼으려할 것이란 불신도 도사려 있다.
아뭏든 이제 지자제실시시기와 범위는 구체적인 현안이 되었으며 방법론에 대한 토의가 활발해질 것 같다.
또 지자제문제가 원활히 타협되면 3당 사무총장간에 진행중인 국회의원선거법협상도 타결가능성이 높아질지 모른다. 이제 3당은 각자가 들어줄 수 있는 것과 들어줄 수 없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민한당은 최종관철대상으로 정당추천선관위원제 부활을 생각하고 있으며 국민당은 다당제의 정신을 살릴수 있는 1구 다인제의 부분채택에 짐작하고 있다.
이에대해 민정당은 정당추천 선관위원제를 받아들이되 1구 1, 2, 3인제를 극소폭이라도 채택해 선거구의 인구불균형문제해결자세를 보이면서 민한· 국민당에 대해 균형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한당은 극소수라도 1구1인제는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이 역시 문제가 남아있다.
어쨌든 여야는 지자제란 새로운 이슈 앞에 국회공전의 대립을 점차 누그러뜨릴 명분을 잦고있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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