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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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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나, 아니면 커피를 마셔야 하나."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60)의 말이다. 삶의 모든 문제가 선택의 연속이란 뜻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며 선택은 시작된다. 밥을 먹을까, 빵을 먹을까. 출근할 때 버스를 탈까, 전철을 이용할까. 하루에도 수천 개의 선택이 우리를 기다린다. 선택 뒤엔 늘 후회와 만족이 교차한다.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스워스모어 대학의 사회행동학 교수 배리 슈워츠가 '선택의 심리학'(형선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밝힌 충고를 들어보자. 그는 '가장 좋은 것'보다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가장 좋은 것을 구하려면 가능한 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대안이 넘쳐나는 세상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고만을 추구하고 받아들이는 '극대화자(Maximizer)'는 고르고 또 고르느라 오히려 불행해지기 쉽다. 반면 더 좋은 게 있을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접어두고 일단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만족하는 '만족자(Satisficer)'가 낫다고 그는 말한다.

'간발의 효과'를 보면 이해가 쉽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당연히 2위가 3위보다 행복하게 보여야 한다. 그러나 시상식에서의 모습은 그 반대가 많다. 은메달 수상자에게 간발의 차이는 우승이다. 하지만 동메달리스트에게 간발의 차이란 메달 하나 따지 못하는 빈손을 말하기 때문이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라는 예도 선택에서 매우 유용한 기준이다. "당신은 1년에 5만 달러를 벌고 남들은 2만5000달러를 버는 경우가 있다. 또 당신은 1년에 10만 달러를, 남들은 20만 달러를 버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를 선택할 것인가." 이 물음에 5만 달러를 선택한 응답자가 항상 많았다. 벌이는 작아도 작은 회사에서 대우받고 일하는 게 큰 회사에서 눈총받고 근무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60만 학생이 내일부터 대학 지원을 한다. 어떤 선택이 좋을까. 극대화자보다 만족자를,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를, 큰 연못 속 작은 물고기보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를 선택에 앞서 한번쯤 떠올려 보면 어떨까. 행복의 지름길은 올바른 연못을 찾아 그 안에 머무는 것이라는 슈워츠의 말이 꽤 유혹적이다.

유상철 아시아뉴스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