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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전쟁」과 국민감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요 며칠새 신문사 편집국은 독자들의 전화 벨로 시끄럽다.
따르릉-.
『신문을 왜 이따위로 만드는거요. 정씨의 재산내용 공개를왜 못대요.』 (첫쨋날)
따르릉-.
『뭐 1백몇억, 60억이오. 어휴 기가막혀…』 (둘쨋날)
따르릉-.
『이거 이럴수가 있습니까. 뭐, 민주·정의·복지사회요? 웃기지 좀 말라고 그러쇼…』
따르릉-.
『이거 열통이 터져 신문 못보겠네. 아니 파출소에「도둑」을 신고했는데 「도둑」은 가만두고 신고한 사람한 데려다 조사를 해요?』
따르릉-.
『신문이 이런 문제를 철저히 파혜쳐야지 무엇들 하는거요…』
따르릉-.
『왜 자꾸 투서라고 그럽니까. 거동이 수상하기만해도 신고하라면서 부정을 고발한것이 잘못입니까』(세쨋날)
선거틀 앞둔 정가에 돌풍을 몰아오고 88올림픽고속도로개통의 경축무드를 후루새 일소해버린「호남 두별들의 전쟁」파문은「민심」미묘한 흐름을 계속 「뜨거운전류」 로 바꾸었다.
정내혁전민정당대표위원의 치부에 대한 분노·성토가 주류를 이룬 이같은 독자전화의 일부에는 물론 「투서·무고의 음해풍조가 아직 우리사회에 남아있고」 더우기「사성·삼성장군둘이 그런 음해파동의 주인공들」이었다는데 깊은 실망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소수였다.
「이거 저거 다 듬고 싶지 않다. 치사하고 지저분하다. 그만좀써달라』고 하는 독자도 있었으나 그것은 마치 울다가 웃는것처럼 들렸다.
대체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이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들이고 그 적극적 성격이 사리의 판단에도 작용하리라는점 까지를 유추, 감안하더라도 대세의 흐름을 읽기에는 충분했다.
사유재산을 전제로 하고 이윤추구를 미덕으로 치는 경제체제하에서「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이다.
공명정대한 게임이 전제돼야할 정치의 장에서 투서·모함의 비신사적압투가 조장되어서도 물론 안된다.
그런데도 문씨의 투서보다는 정씨의 재산이 문제가 되고 국민감정을 촉발하고 있는것은 세가지 이유로 보여진다.
첫째는 그의 공직생활의 경력과 연조에 비겨서도 돈이 「너무 많다」 는 점.
둘째는 그 치부의 과정에서 공직자의 품위를 흐린 인상을 지을수 없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깨끗한 정부」.·「정의로운사회」 두 내세운 제5공화국 집권정당의 「간판」 이었다는 점 때문일것같다.
어떤시민은 그의 재산이 『l8억만돼도납득하겠다』고 까지했다.
민주사회의 장점과 강점은 권위의 분극-가치의 분유에 있다.
국가권력조차도 셋으로 나누어 입법·사법·행정을 상호견제시키는것이 원칙이다.
권위의 통합·가치의 독점은 종국에서 봉건적 독재에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체험으로 배운 시민사회의 지혜다.
삼권의 분립을 사회적 가치의 영역에 적용해본다면 부(재산)와 귀(권력)와 명(명예)의 나누어 가짐이라고 해야 할것같다.
최근 정씨 사건이나 바로 전의 박조준목사사건은 우리사회가 이같은 가치의 분유에서 균형감각을 전적으로 상실하고 있음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그것은 사회의 화평을깨는 결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부의 추구를 본령으로하는 사업가는 말할것도 없고 정치인도, 공무원도, 학자, 종교인까지도 부를 좇으면서 거기다 귀와 명까지를 곁들이려는 삼권통합(?)의 탐욕에서 헤매고 있다.
종교인까지도 부를 좇으면서 거기다 귀와 명까지를 겉에내세우면서 뒷전에선 부의 호박씨를 까는 위선·혜공영사로 연결되기도하고 김의 축척에 귀나명을 악용하는 법죄의 가능성도 없지않다.
「나눔으로 화해하라」-.
한달여전 로마교황의 간절한 충고였다.
그여운이 사라지기도전에 국민들이 접하는 별들」의 이전투구는 분노와 당혹과 슬픔과 괴로움이다.
『나룸으로 화해하자』-.<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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