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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씨측근이 재산내용 알려줬다|문씨투서 7명에 한달추적끝에 작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정내혁씨에대한 문형태씨의투서는 과연 어떻게 작성됐을까.
수사가 진행될수록 문씨의 진정서는 내용이 방대하면서도 정확·세밀한 점에 검찰수사관계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못하고 있다.
한관계자는 『아무런 정보·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한일』 이라면서『전문가라도 꼬박 2년쯤은 걸릴만한내용』 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문씨와 측근 「7인의 추척자들」 은 이 작업을 불과 한달만에 해냈으며 여기에는 정씨측근의 배신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것으로 드러나고있다.
사성장군과 국방장관, 암투와 추적과 배신의 뒷얘기를 투서수사를 중심으로 모아본다.

<정보입수>
검찰은 문씨진정서에적시된 정씨의 부동산소유실태가 너무도 정세한 점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 정씨측근의 제보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제보의 유력한 용의자는 얼마전까지 정씨집재산관리인이었던 친척정모씨.
정모씨는 정씨집에서 함께 살다시피하며 전국각처에 있는 정씨부동사의 매매과정에서부터 세금납부·건물관리까지 모두 맡아온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재산등록때도 실제목록작성은 정모씨가 맡았다는것.
정씨의 엄청난 치부내력을 손바닥에 꿰고있는 정모씨가 마음이 달라진 것은 최근 정씨 가족과의 사소한 시비에서였다고 한다.
모욕감을 느껴 정씨집을 나온 정모씨는 정씨에게 평생 먹고 살수있게 2억원을요구했다.
돈을 주지않을 경우 자신이 작성한 재산목록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소문.
정씨는 이를 단호히거절했고 정모씨는 몰래 만들어 갖고있던 재산목록부본을 들고 해금에서 풀린 문씨집을 노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씨가 이 결정적 제보에대한 사례로 정모씨에게 얼마를 주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있다.

<조사착수>
「결정적자료」를 입수한 문씨는 곧 참모윤씨를 불렀다.
함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자료활용방안을 숙의했다.
1차결론은 자료의 사실확인.
문씨는 손씨에게 행동대원4명을 선정토록 지시했다.
윤씨 지휘아래 행동총책으로 손씨가 서울·수원지방을 맡고 나머지 5명은▲서울▲수원·시흥 ▲광주·곡성 ▲기타지역을 분담했다.
「추적자」들은 정모씨가 제공한 리스트에따라▲현장을 답사, 확인하고▲구청·시청·등기소에서 토지·가옥·임야대장과당기부등본을 떼었으며▲물건을 컬러사진으로 찍고▲동사무소에서 당사자들의 주민등록표 등본을 떼었다.
이렇게해서 취합된 것이 등기부등본 61장, 토지대장 19장, 임야대장12장, 가옥대장 6장에 천연색사진 38장.
관공서에서 서류를 뗄때는 가명을 사용한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인감증명을 제외한 민원서류는 누구나 뗄수 있기때문에 가능한것으로 행정규칙을 나름대로 이용한것.
행정기관의 증명서류 가운데 가장 먼저 발급된것이 5월30일.
이날상오 서울강남구시민홀에서 「정강일」 이라는 가명의 사람이 역삼동68의8동6개 필지의 토지대장 (정씨부인과 아들들명의)장명과 두통의 가옥대장증명을 떼어갔다.
같은날 용산구청 시민홀에서도 「경강일」 이라는 사람이 한남동743의15 정씨명의의 가옥대장과 토지대장증명을 떼어갔다.
수원시에서는 파장동에 있는 부인 주씨이름의대지 2건, 용산등기소에서는 한남동 정씨이름의 가옥 등기부등본이 발급됐다.
이튿날인 31일에는 과천면주암리와 소래읍의 정씨아파트와 임야등 14건의 건물대장과 임야대장증명이 발급됐고 6월7일과 8일에는 논현동과 도곡동3필지의 토지대장및 등기부등본이 같은 「정」씨 앞으로 발급됐다.
같은날 학동·신사동과 한남2동에서는 주의씨의 부인과 아들·사위의 주민등록등본이 본인들 모르게 발급됐다.
문씨는 이 추적작업에서 하수인들이 비록 측근이긴 하지만 수고비조로 윤씨에게 2백만원, 손씨등 나머지 5명에게는 10만∼20만원씩 모두1백50만원을 준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정서 작성>
조사가 완료되자 윤씨는 문씨의시내사무실 프레지던트호텔2902호실을 아지트로 삼아 혼자서 1백48페이지의 진정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2902호실은 침실과 응접실이 구분된 고급객실.
하루 숙박료가 8만3천원.
문씨는 이곳을 호텔사주인한양대이사장 김연준씨로부터 무료이용토록 제공받아 2년전부터 개인사무실처럼 이용해 왔다는것.
문씨와 김씨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며 문씨의 사위가 사장으로 있는 D선주사무실도 이호텔에 입주해있다.
윤씨는 조사결과를 면밀히분석, 종합해 『정씨는 서울과과천에 빌딩4개, 주택5개를 갖고있으며, 빌딩4개를 짓는 중이고 기타 유치원·목장·임야·농장동 1백78억4천만원의 재산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부동산을 정모씨를 앞장세워 매입했고 사들인 부동산에 대해 국회의장 또는 민정당대표워원이라는 직권을 이용하여 용도변경하거나 증축·형질변경을 해부동산값을 올렸다는 분석·해설을 증빙문건의 중간증간에 넣어가며 진정서와 재산목록 작성을 완료했다.
그때가 6월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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