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도 "못해 먹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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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30일 SK사태와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사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형을 받으면 '범법자'신분으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게다가 孫회장은 분식회계의 책임 문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SK 회장직 사임권고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孫회장도 이런 점을 우려해 전경련 회장단회의 등에서 사퇴 의사를 거론했으며, 이에 회장단은 "형이 확정되면 그때 가서 논의하자"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孫회장이 사퇴할 경우 전경련은 다시 '회장 구인난'에 빠진다. 회장직을 선뜻 맡으려는 오너들이 없어서다. 이 경우 전경련은 정관에 따라 회장단 중 가장 나이많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회장 대행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아무도 회장을 안 맡겠다는 조직이 존립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활동에 대한 회원사들의 불만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孫회장-현명관 부회장 체제가 출범한 지 석달이 됐는데도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와의 협조만 강조할 뿐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일이 생기면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데만 급급하다"면서 "업무 협조가 안되는 등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孫-玄체제'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달 현명관 부회장 지시로 '전경련의 비전과 미션'을 발표했는데 그 직후 孫회장이 '나도 모르는 비전 발표가 있는가'라며 화를 내 이를 회수해 재발표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과 주요 회원사인 SK가 곤경에 처했는데도 玄부회장과 전경련은 모른 체한다"고 불평했다.

전경련 예산의 3분의 2 가량을 부담하는 삼성.LG.현대차 등 3대 그룹이 회비를 안 내고 있는 것도 전경련으로선 큰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孫-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너 간에 신뢰가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욱.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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