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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젓이 운영되는 '비밀 환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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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하지만 수천원으로 수백만원을 딸 수 있다는 사행심리가 손님들을 불러모은다. 업소 측은 '비밀 환전소'에서 상품권을 현금화하고, 당첨 횟수를 늘리는 등의 편법을 동원해 사행심리를 부채질한다.

경찰 관계자는 "환전업자를 적발해도 오락실 업주와의 유착관계를 밝히기가 어렵다"며 "게임기 불법 개조는 법을 어기는 고배당이 터질 때까지 지켜보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 식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오락실 업주는 "게임당 당첨 금액을 법으로 제한해도 최대 당첨이 연달아 터지게 하면 시간당 300만원까지 딸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성인오락실 급증에 단초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1999년 제정된 '음반.비디오.게임물에 관한 법률'은 '사행성이 지나친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용 불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사행성.도박성이 있는 대부분의 게임을 불법으로 규정한 공중위생법을 완화시킨 조치다.

성인오락실 영업이 2001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과정이 있지만 사행성을 높이는 프로그램 조작까지 걸러내지는 못한다. 올해 새로 개발된 '○○이야기''△△성' 등 신종 게임은 사행성 논란 속에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8월 한 달 사이 서울에서만 100여 곳의 업소가 문을 열었다.

정부와 국회는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게임산업진흥법(안)' 제정을 검토 중이다. 기존의 게임을 재심의하고, 사행성이 인정되면 '사행행위 및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찰의 관리.감독과 재허가를 받게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 방침에 반발한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게임산업을 양성화해 놓고 뒤늦게 규제하면 개인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며 "성인게임 제조와 운영도 산업적 의미가 있는 만큼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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