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애플 서로 고객 … 경쟁, 걱정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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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애플과의 경쟁, 걱정말라.”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애플을 언급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삼극위원회(The Trilateral Commission)에서다. 삼극위원회는 석유왕으로 불리는 록펠러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전 JP모건체이스 회장이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3년에 만든 민간단체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원장,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활동하고 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건배사를 겸한 인사말을 통해 “애플과 경쟁하고 있지만 삼성은 애플의 최대 고객사이고, 애플은 삼성의 최대 고객사다. 너무 (경쟁을) 걱정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약진으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약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판매량 기준) 832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24%로 1위를 올랐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공동 1위였던 애플은 2위(6120만대 판매·점유율 18%)로 뒤처졌다.

 이 부회장은 또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공백을 감안한 듯 “앞으로 잘 해나가야 한다. 단일 회사로선 (삼성전자가) 업계 최대 규모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삼성전자는 이날 매출 47조1200억원, 영업이익 5조9800억원의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실적부진으로 ‘퇴진설’까지 돌았던 신종균(59) IT모바일부문 사장은 비용 절감 효과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 2조7400억원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권오현(63) 부회장은 반도체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인 2조9300억원을 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면 윤부근(62)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환율 악재(원화가치 상승)를 이기지 못하고 1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스타 경영자 3명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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