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구타·외도를 극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례1>30대초 쯤의 중산층맞벌이 부부의 집. 아내는 퇴근해 총총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준비로 바쁜데 남편은 비스듬히 방에 엎드려 신문을 읽고 있다. 아기의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옆방에서 들린다.『여보! 아기좀 봐줘요. 나 바빠요.』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 신문만 뒤적인다. 『어휴, 도대체 이건 뭐야! 밖에 나가 피곤하기는 마찬가진데….』 아내가 푸념을 하며 부엌에서 나온다. 『똑똑한 여자 모시기 뭣같아서…. 남자가 포근히 감싸는 맛이 있어야지 말끝마다 대들어. 야, 부모 잘만나 대학나오고 남편 잘만나 직장나가는게 무슨 불만이야!』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아내의 뺨을 후려친다.

<사례2>산동네에 사는 빈민층 중년부부. 극장앞에서 암표장사를 하는 가장이 검색원에게 표를 모두 빼앗기고 홧김에 술에 만취되어 귀가. 한발 늦게 귀가한 아내에게 상욕을 하며 시비를 건다.
『지겨워, 이 술냄새….』아내가 푸념을 하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구타를 시작, 서로 악다구니를 해가며 원수처럼 뒤엉켜 싸운다. 싸움을 말리던 10대의 아들은『쌍놈의 집구석, 내가 나가버려야지.』외치며 집을 나간다.

<사례3>중산층의 회사원집안. 늦은밤 전화벨이 울려 아내가 전화를 받자 묘령의 여자목소리. 남편은 그여자의 전화를 받고 출장을 간다고 집을 나가 3일간 외박.
『무슨 결판을 내야지 이 이상은 더 못참아. 내자신이 불쌍해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구….』
『여자와 한두번 안놀아본 남자 있나. 안그런체 하는 놈이 웃기는 거라구. 그렇다고 조강지처 버리고 가정파탄을 냈나. 나 당신 없이는 못사는거 알잖아. 능력과 정력은 비례하는 거라구….』
이상 3종류의 짤막한 2인극은 여성의 전화상담결과 나타난 가정주부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2대 문제인 남편의 구타(전체중 45%)와 외도(30%)에 관한 고발사례 공연내용. 지난 16일 하오3시 한국 어린이보호회관에서 열린 여성의 전화(이사장 정희경) 개원 1주년 기념식에서 상담원 김영자·김순영·노수령씨가 공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