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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그-23기 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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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은 최근 김일성의 모스크바방문때 미그-23 전폭기 20∼30대를 제공키로 약속했다고 전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교란하여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남북한 군사력은 북의 양적 우세와 남의 질적 우세 및 주한미군의 존재를 통해 겨우 균형이 유지돼왔다.
공군력의 경우 서방측의 신뢰할만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총7백대의 작전용 항공기를 보유하는데 비해 한국은 4백30대 뿐이다.
그러나 북한의 최신예가 미그기(1백20대)인데 비해 한국은 팬텀(60대)이고 여기에 주한미공군이 F4E팬텀 (24대), F16 (48대), AD (24대) 등이 있어 질적 우위를 통해 북한과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련제 미그-23은 미국제 팬텀기와 대적되는 수준의 항공기다. 따라서 이것이 북한에 도입되면 한국 공군력의 질적 우위는 크게 상실되는 반면 북한의 양적 우위는 계속되는 셈이다. 현대의 군사기술 수준에서 보면 미그-23이 한낱 전술무기에 불과한 것이지만 한반도라는 좁은 지역에서는 그 전체를 사정거리 안에 두고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전략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소련이 그 동안 삼가온 대북한 군사원조를 다시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련은 지금까지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친구」로 취급, 신예장비의 제공을 유보해왔었는데 그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군사장비는 대체로 10년이 지나면 노후되고 만다. 지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이 노후장비인데 소련이 이것을 새롭고 발전된 신예장비로 교체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비단 전폭기에 그치지 않고 지상·해·공군의 장비 전 분야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이다.
남북한 군사력균형의 변화는 북한의 호전적인 군사노선과 함께 앞으로의 동아시아지역 최대의 불안요인으로 등장될 것이다.
우리가 GNP의 6%선에서 방위비를 쓰고 있는데 비해 북한은 매년 GNP의 20∼25% (38억∼47억달러)를 투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항공기·미사일의 자체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북한의 신예기 도입은 한국이 미국에서 구입키로 한 F16의 도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공군력과 미사일전력의 강화가 약속대로 병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기습공격 능력을 강화하고있는 북한의 모험을 저지키 위해서는 우월한 반격능력과 함께 조기경계경보기등 예방장비의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것만이 전쟁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군사적인 억지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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