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정상회담 기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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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 정상회담 기운이 서서히 익어가는 것 갈다. 양측이 서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객관적 여건도 이를 가능케 하고있는 것이다.
전후의 중요한 세계문제 치고 미소의 협력 없이 해결된 것이 없고 협조한 경우,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없다.
이처럼 양국은 국제문제 해결의 절대적인 관건이 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협력 없이는 세계평화와 안정도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년대 말부터 양국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하여 79년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더욱 가속되고 80년대초 「레이건」시대에 이르러서는 그 절정에 달했다. 그 때문에 이 기간을 일컬어 신냉전시대(New Coldwar Era)라 한다.
작년의 경우 소련군의 미사일공격으로 KAL기가 추락된 후 제네바에서 열리던 미소 중거리핵전력(INF) 감축회담과 전략무기제한협상 (START), 갑구감군협상(MRFA)등 미소간의 대화가 올스톱상태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소련은 그의 추종 국가들과 함께 LA올림픽을 보이코트 함으로써 미국에 또 한차례의 타격을 가했다. 이래서 양국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인, 공격·보복조처는 대충 끝낸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재선을 위한 선거를 치르게 될 「레이건」은 그의 대소 강경론을 극력 규탄해온 국내 진보파를 무마할 필요를 느꼈다.
한편 소련으로서도 「레이건」의 재선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이왕 대미교섭을 벌일 바엔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가장 취약한 시기인 선거기간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양국은 79년2월 「카터」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브레즈네프」와 만난 이후 5년이 넘도록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이제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그 동안 결렬·단절돼온 각종 군축협상과 경제교류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카터」는 선거를 앞두고 정상회담을 실현시키긴 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되돌아왔다.
그후 미국의 테헤란대사관이 이란의 강경파 회교학생들에게 점령돼있는 동안 소련은 이란의 접경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카턴」는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코트하고 각종 외교·경제적인 보복조치를 취했으나 이듬해 선거에서 낙선되고 말았다.
그후 양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상호관계는 계속 악화되어 왔다.
이제 다시 상황이 바뀌어 정상회담이 가능케 된 것은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특히 한반도문제를 위한 국제회의가 논의되고있는 이때 미소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더욱 뜻있는 일이다.
양국 정상들이 가능한 한 빨리 만나 중요 문제에 합의가 이루어져 국제긴장이 완화되고 한반도문제 해결에 새로운 실마리가 풀리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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