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 이승만 쿠데타 음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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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한국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미국의 「아이젠하워」행정부는 53년 초 휴전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전술원자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경고를 중공에 보냄으로써 공산측이 휴전협정을 받아들이게 했다고 8일 공개된 미국무성 비밀문서(미국외교관계·1952∼1954-한국편)가 밝혔다. 30년만에 비밀문서를 공개하도록 된 규정에 따라 발간된 이 문서는 휴전을 성립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 경고를 「덜레스」국무장관이 「네루」인도 수상을 통해 중공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문서는 또 휴전협상이 무르익어 가던 52년2월과 5월 미국가안보회의(NSC)와 미육군합동참모본부가 전선에서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상당수』의 원자무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제시했었다고 밝히고 있다. <관계기사연재 3면>
합참본부의 한 문서는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공 북부지방과 만주일대』에 원자전을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아이젠하워」대통령은 53년2월11일 NSC에서 북한의 유엔군에 대한 공격거점이 되고 있는 개성에 전술핵무기를 투하하는 문제를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휴전협정이 조인된 후인 53년12월 공산군의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또다시 원자무기 사용문제를 검토했다.
직선제 개헌을 앞두고 한국 내정이 혼란을 겪고 있던52년6월 미 합참본부는 이승만대통령과 야당세력간에 타협을 강요할 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준비를 갖추도록 주한미군사령부에 지시했다고 이 문서는 밝히고 있다.
이 계획은 국회가 52년 7월4일 여야간의 절충안인 수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실천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이 미국측 휴전협상 안에 불만을 품고 계속 북진통일을 주장함에 따라 미국은 한국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않느냐는 문제를 여러 번 검토한 흔적이 있다. 「무초」 대사가 국무성에 보낸 한 전문은 이 박사의 후계자로 이범석과 신익희씨가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쓸모 없는 인물들(crummy)』이란 평을 하고 있다. 이 전문은 『가장 우수한 인물』로 장면과 허정씨를 들고 있다.
이 전문이 발송 된지 12일 후 「무초」대사가 국무성에 보낸 또 하나의 전문은 『만약 이 박사가 갑자기 현장에서 사라질 경우』를 가상하면서 그때 사태의 열쇠를 쥔 세력은 군부와 경찰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군은 헌정질서를 준수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경찰·청년단 및 National Guidance Group(이 박사 지지단체의 하나였던 「민중 자결단」인 듯)이 경계할 대상이라고 경고하고있다. 그는 이 세조직 안에는 자기사람이 없어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미 정부는 휴전협정체결을 앞둔 53년6월 하순 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한국군지휘관들이 휴전협정에 반대, 유엔군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유엔군이 한국군이 맡고있는 전선을 인수하고 동시에 한국정부를 군사적으로 전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했음이 주한 미 대사(「브리그즈」)가 53년6월20일 「클라크」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낸 전문에서 밝혀졌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반공포로석방에 크게 당황한 미 정부는 유엔군의 한국군통제능력을 재점검, 이대통령이 또다시 미 정부의 정책에 반대할 경우 군사적인 견제능력을 확인하고 있었다.
휴전 다음해인 54년 초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 철수론 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헐」유엔군사령관에게 서한을 보내 만일 미국이 동의한다면 한국군1개 사단을 라오스에 파병,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라오스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라오스 등 분쟁지역들을 들어 미군의 한국주둔이 더 이상 어렵다는 뜻을 비친데 대해 쐐기를 박아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NSC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이 몰고 올 군사적·정치적 불이익이 크며 한국군이 외국에 나가있는 상황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을 미국여론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부했다고 이문서는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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