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난한 동유럽에 지원금 농업보조금은 현행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유럽연합(EU)의 2007~2013년 예산안 협상이 17일 새벽 2시 (현지시간) 타결됐다. 브뤼셀에 모인 25개 회원국 정상들은 18시간이나 계속된 협상 끝에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해온 것은 회원국 간 이견 때문이었다.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당초 예정됐던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EU는 '분열된 유럽'이란 비난을 받아왔다. EU는 이번에 어렵사리 예산안에 합의함으로써 대외적으로'통일된 유럽'의 체면을 살리면서 내부적으로는 7년간 살림을 꾸려갈 기반을 마련했다.

◆ 타결된 예산안 내용=큰 변화 없이 전체 예산이 조금 늘었다. 25개 회원국 전체 국민총소득(GNI) 합계의 1.045%에 해당하는 8623억 유로다. 지금까지 통상 1% 정도였다. 증가한 예산은 대부분 새로 회원국이 된 동유럽 10개국에 지원된다. 예산안 타결이 지연된 것은 영국 때문이었다.

영국은 "EU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에 비해 분담금을 너무 많이 내왔다"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했다. EU 지원금의 대부분이 농업보조금이라 프랑스.폴란드와 같은 농업국은 혜택이 많았다. 그래서 영국은 농업보조금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폴란드 등이 반대했다.

결국은 영국이 요구 수준을 낮춤으로써 협상이 타결됐다. 영국이 분담금 가운데 되돌려받는 환급금을 적게 받기로 했다. 농업보조금 축소 문제는 추후 재검토한다는 약속으로 넘어갔다.

◆ 한숨 돌린 EU=이번에도 예산안 타결이 안 됐을 경우 2007년 EU 예산이 2006년 수준으로 동결된다. 이 경우 가난한 회원국 지원 사업과 아프리카 빈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이 중단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 또 협상과정에서 노출된 영국과 프랑스 간 갈등에다 서유럽.동유럽 회원국 간 갈등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끝낸 정상들은 한결같이 축하의 목소리를 높였다. 협상을 주도한 블레어 총리는 "유럽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합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합의로 EU가 신뢰성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 폴란드의 카지미에시 마르친키에비치 폴란드 총리는 "우리 모두가 승리했으며 승리의 맛은 프랑스의 최고급 샴페인만큼 좋다"고 반겼다. EU가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차후 농업보조금 축소 등 예산안 개편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다시 회원국 간 이견이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