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꽁꽁 … 전기 끊기고 곳곳 동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전국에 몰아닥친 한파와 연일 계속되는 눈으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 18일 광주시 광산구에서 출하를 앞둔 배추 위로 눈이 쌓이자 농민들이 서둘러 출하하고 있다(사진위). 전북 부안군 계화면 의복리 돈지 정미소 나락건조작업 창고가 계속된 폭설로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 한 인부가 쓰러진 창고지붕의 눈을 치우고 있다. 광주=양광삼 기자, N-POOL 전북일보=이강민 기자

17일 오후부터 강풍과 함께 몰아닥친 한파로 수도권 전철 고압선이 끊겨 운행이 중단되고, 수도 계량기가 동파돼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등 전국 곳곳에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2주째 내린 폭설로 피해가 큰 호남지역은 18일 오전 전북 장수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3.2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로 복구작업이 늦어져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 전철운행 중단=18일 오전 4시30분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 수원역사의 상.하행선 고압 급전선(2만5000V)이 끊어졌다. 이 사고로 수원역을 포함한 병점~금정역 구간의 전기공급이 끊겨 오전 5시27분부터 1시간40여 분 동안 전철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전철은 전선복구 공사가 마무리된 이날 오전 7시10분부터 정상 운행됐다. 철도공사는 이날 전철 이용객들의 항의를 받고 요금을 전액 돌려줬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연일 계속된 한파로 급전선이 팽팽해지면서 끊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곳곳에서 수돗물.전기 끊겨=한파로 17일 오후부터 18일 오전까지 전주시 200여 건 등 전북도 내에 모두 900여 건의 수도 계량기가 동파됐으며 순천시 등 전남도 내에서도 300여 건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도 47건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수도 계량기 동파 사고가 잇따랐다.

수도 계량기 동파 사고로 각 가정에서는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해 추위에 떨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중국집 등지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는 불편을 겪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11개 마을 800여 가구 주민들은 17일 오후 4~10시 전기 공급이 끊겨 추위에 떨기도 했다. 한전 측은 계속된 폭설에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전선이 팽창하면서 끊어져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강풍피해도=17일 오후 4시40분쯤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동리 최모씨의 양곡 보관창고가 강풍에 무너져 벼 7만6000여 가마가 눈에 뒤덮였다. 또 이날 오후 4시10분쯤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한모씨의 창고가 무너져 안에서 작업을 하던 한씨가 중태에 빠졌다. 이날 낮 12시50분쯤엔 전남 목포시 옥암동 조립식 가구점 2층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다.

◆ 교통사고=도로가 빙판길로 변하면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18일 자정쯤 경기도 남양주 호평동 호평사거리 인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던 쏘나타Ⅲ 승용차(운전자 박모.34)와 마주 오던 2227번 시외버스(운전자 김모.41)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박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버스 운전사 김씨와 승객 2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6시쯤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신흥사 입구 삼거리에서 가수원동에서 유성 방향으로 진행하던 아반떼XD승용차가 야산에 부딪혀 운전자와 동승자 송모(25)씨 등 2명이 숨졌으며 임모(25)씨, 임모(21.여)씨 등 3명이 부상했다.

◆ 호남지역 복구 지체=전남지역에선 18일 현재 눈과 강풍 피해액이 1504억여원, 전북은 36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한파까지 몰아닥치는 바람에 복구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도와 전북도는 17일 폭설피해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조기 복구를 위해 민방위대 동원령 발령을 적극 검토할 것을 시.군에 지시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도의 폭설피해 규모와 범위가 너무 크고 심각한 상황이므로 지금까지 투입한 군과 경찰, 공무원과 별도로 생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민방위대원을 추가 투입할 수 있도록 시장.군수가 동원령을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날 군인과 공무원 등 7900여 명이 나서 무너진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의 응급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한파로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육군 2군사령부도 7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전북도도 폭설피해가 큰 정읍.김제시와 부안군 등지에 군인.경찰.공무원 등 3000여 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연일 내리는 눈과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형식.천창환.정영진 기자 <seohs@joongang.co.kr>
N-POOL 전북일보=이강민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