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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해드립니다" 광고 후 명의 빼돌려 유령법인 설립, 계좌 개설한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블로그에 대출 광고를 한 뒤 피해자들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대포 계좌를 만들어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앤탑 유한회사 등 총 8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이 명의로 77개 대포통장을 만들어 5000여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혐의(사기 및 사기 방조)로 장모(30)씨를 구속하고 공범 김모(31)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인터넷 블로그에 ‘조건 없이 대출해드립니다’ 같은 광고를 올리고 연락을 기다렸다. 대상은 취업을 못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20~30대로, 미혼모나 취업준비생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연락이 오면 ”취업 경력이 없어 은행권 대출은 사실상 어렵다“며 ”대신 사업자(법인) 대출을 해줄테니 몇가지 절차를 따라달라“고 했다. 이후 피해자들의 인감증명서, 위임장 등을 받아 가짜 명의의 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대포총장을 개설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수사를 담당했던 윤치웅 종로서 경위는 ”세무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지방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에겐 서울 강남구 일대 고시원으로 전입신고를 하게 하고, 사업자 등록 신청 시 일부러 소규모 점포에 임대차 계약을 맺어 의뢰자들을 사흘 정도 살게 하는 등 치밀하게 수사망을 피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강도ㆍ강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김씨가 사용하던 대포폰 통화내역을 분석하던 중 추가 범죄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장씨와 공범 고모(30)씨를 특정해 휴대전화 추적과 잠복을 통해 이들을 검거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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