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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줄기세포 3대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왼쪽)"줄기세포를 누군가 바꿔치기했다"
사법기관의 수사를 요청한 황우석 교수. 최승식 기자
(오른쪽)"연구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황 교수 주장을 반박한 노성일 이사장. 변선구 기자

황우석 교수팀에서 일하다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팀에 합류한 김선종 연구원이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줄기세포 연구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피츠버그=연합뉴스)

줄기세포의 진위 논란이 갈수록 혼미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황우석 교수가 제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와 노성일 이사장이 제기한 ‘줄기세포는 없다’, 김선종 연구원이 제기한 ‘황우석 교수가 불러준 대로 PD수첩에 해명 e-메일을 보냈다’ 등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가능한가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 수사 까지 요청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황 교수에 따르면 초기에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 중 오염사고로 훼손돼 복구작업 차원에서 미즈메디병원에 분산 수용했던 6개 세포 가운데 2번, 3번을 돌려받았으나 이 세포에 대한 검증 결과 미즈메디의 수정란 줄기세포였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이 병원 윤현수 교수를 통해 두 번씩이나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바뀌게 된 것과 관련, 미즈메디 병원측에 대한 강한 의심을 내보였다.

황 교수는 이와 관련, 대부분의 줄기세포주는 미즈메디 병원에서도 아직껏 논문이나 존재사실, DNA 특성이 외부로 공개 안 된 줄기세포였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황 교수는 또 “서울대와 미즈메디 병원 실험실에 접근이 허용된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병원에 혐의가 있다고 지목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이에 대해 황 교수에 이어 곧바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을 의심하고 있다. 미즈메디병원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틀을 잡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 이사장에 따르면 황 교수가 특히 김 연구원을 '주범‘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황 교수는 김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아 27일까지 귀국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도와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했으며 황 교수의 의심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피력했다. 김 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특파원들과 가진 회견에서 “황교수가 나를 의심하고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으며, 줄기세포를 바꿔친다고 해서 내게 돌아올 이득은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노 이사장은 “김 연구원이 서울대 실험실에 들어갈때 꼭 서울대 연구원의 동행해 들어간다. 자기가 조작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서울대 연구원들이 김 연구원을 늘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동료로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것이 일부 과학계의 시각이다. 만약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면 연구원 중에 누군가가 외부의 지시를 받고 의도적으로 했거나 실수로 세포를 죽여 이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 황교수팀 관계자의 추정이다.

하지만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gene.postech.ac.kr) 등 과학 기술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대체로 황 교수의 ‘면피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회원(Daeh)은 “황 교수가 앞날을 위한 한줌의 지푸라기라도 잡기위해 검증을 구실로 시간을 벌어 그 동안에 세포주를 확보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초기 동결시킨 5개 줄기세포를 해동하고 있으며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 마저도 미즈메디병원의 것으로 판명된다면 ‘1배대 상태에서 모두 바뀌었다’는 말로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황 교수가 끝까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줄기세포는 있나, 없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은 피츠버그 자택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줄기세포가 없다”, “줄기세포는 있다”는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김 연구원은 “황 교수팀 연구원들이 줄기세포 확립 배양 과정을 쭉 지켜봤고 그 이후 과학적 검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맞춤형 줄기세포가 맞다는데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단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황 교수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황 교수도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의 수행으로 배반포기에 도달한 복제배아가 줄기세포로 성장하는 과정을 매일 자신을 포함한 6명의 연구원이 아침 6시에 현미경과 모니터로 공동 확인했다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은 17일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 존재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발언은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잘 몰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제된 배아줄기세포는 현미경으로 겨우 보일지 말지 한 크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 세포가) 우리(미즈메디)의 잉여배아줄기세포인지는 육안구별이 안된다.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한 말은 '그동안 줄기세포에 대해 의심 없이 믿어왔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그는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두차례 (김연구원과) 통화했는데 모두 '진실을 얘기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김 연구원이나 나나 모두 줄기세포의 존재를 의심 없이 믿었고 김 연구원은 최선을 다해 이를 키웠다”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도 “환자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넣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과정은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단 확립된 줄기세포는 깨알같이 작아 전문가라도 육안으로 봤을 때는 체세포핵이식 복제기술로 만든 줄기세포인지, 아니면 수정란 줄기세포인지, 성체 줄기세포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김 연구원은 그 이유로 연구원들 모두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분업시스템으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과 황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황 교수팀 주변의 연구원들이 직접 눈으로 봤다는 것은 줄기세포가 성장하는 모습이었을뿐, 그 이전 체세포 핵이식복제 단계는 실제로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연구원은 황 교수가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고 대단히 억울하고 섭섭하다며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가 PD수첩 해명 내용 불러줬나

MBC PD수첩에 이른바 '중대발언‘을 한 당사자인 김선종 피츠버그대 연구원은 자신이 인터뷰에 대한 해명 e-메일을 보내게된 경위와 관련, “황우석 교수님이 내용을 불러주고 그대로 메일을 보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당시 상황은 보기에 따라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지만 나로서는 언론과의 인터뷰가 처음이었던 데다 그 때 들은 이야기들이 몹시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위협으로 느꼈던 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PD수첩팀과의 인터뷰에서 2, 3번 줄기세포 사진을 11장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뒤 '위협을 받은 상황에서 정신없이 한 말’이라는 내용의 해명 e-메일을 보낸 사실이 언론 등에 공개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e-메일을 보내게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옆에 있던 부인이 “모두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며 “황교수님이 전화로 e-메일 내용을 불러줘 그대로 받아 쓴 뒤 서울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YTN과의 인터뷰도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으며, 이 인터뷰에서 PD수첩의 발언을 뒤집은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11월 30일 안규리 교수께서 셀 라인 확립과정도 봐주고,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서울에 잠깐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으나 몸이 아픈 상황이어서 꼭 필요하면 오시면 안되겠느냐고 했다”며 “처음음엔 스템셀 허브팀장과 함께 오신다고 들었는데 나중에야 YTN 기자가 동행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자신이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는 줄기세포 사진 2장으로 11장으로 늘린 사실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한데 비해 YTN 인터뷰에서는 다소 두루뭉술하게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피츠버그 시내 한 호텔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말했으나 YTN 기자가 인터뷰를 직접 촬영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YTN의 한 간부는 "당시 출장갔던 취재기자는 혼자였기에 손에 익은 6㎜ 캠코더를 이용해 회견과 촬영을 동시에 진행했다"며 "필요할 경우 원본도 보여줄 수 있는데 왜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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