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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없는 공원지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레저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국립공원을 비롯한 위락공간의 확충은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금년 초 귀성객을 포함한 전국의 행락 인구는 2백 30만 명을 헤아렸으며 주말이나 연휴 때 시골을 찾는 사람도 해마다 늘고 있다.
정부가 15개 국립공원과 23개 도립공원 외에 군립공원도 1개군 1개소 꼴로 늘리기로 한 것은 도시의 공해를 피해 자연을 찾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적절한 시책으로 풀이된다.
물론 일단 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진입도로의 정비, 위락시설의 확충 등 체계적인 개발을 하려면 막대한 경비가 든다.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공원지정이 무슨 실효를 거두겠느냐는 논의가 나올법 하지만, 경관이 좋은 곳이 마구잡이로 개발되거나 오손 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공원지정은 해볼만한 일 같다.
우리가 정부가 추진하는, 공원 확보계획을 찬성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자연경관을 보호하는 조치로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의식주의 혜택을 입고 있는데도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잊는 일이 많다.
82년 10월 인도네시아의 발리도에서 열린 세계국립공원회의가 『인류 생활의 향상을 위해 자연의 개발은 개발자체의 지속성을 위해 자연자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한 것은 레저수요를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무계획적인 개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의 개발인 이상 찾아오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고 싶도록 숙박에서부터 놀이시설에 이르기까지 각종 시설부터 정비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공원으로 지정된 곳만 해도 공원내부의 식수시설·안전대피소·등산안내표지·쓰레기통·화장실 등은 태부족인 실정이다.
기존 국·도립 공원이 이런 미비점을 보완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 생기는 각급 공원은 개발 첫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사전검토를 해서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부족한 숙박시설이 터무니없는 바가지 요금을 부르게 하고 쓰레기 처리장 부족으로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려 자연경관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개발이 아니라 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처사가 되고 만다.
흔히들 자연보호라고 하면 산하를 더럽히는 쓰레기를 줍는 일쯤으로 여기기 쉽다. 자손 대대로 살아야할 우리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물론 그런 일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을 마음속에서 깊이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다.
공원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당국자는 누구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당국이 공원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소홀히 해서 좋은 경관이 도리어 오손 되거나 파괴된다면 공원지정은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말지 않겠는가.
선진국의 국립공원 등에서는 수목 관찰회나 탐조회 등을 여는 일이 많다. 이런 모임을 통해 자연을 아끼고 지키는 마음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도 지리산·설악산등에서 이런 모임을 열었으면 한다.
오너 드라이버가 느는 추세로 보아 공원주변은 자동차의 소음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편안한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게 되면 바람소리,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걷는 일이 더 정취가 넘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우러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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