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교수의보석상자] 다이아몬드 '인컴패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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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된 다이아몬드 중 세계에서 셋째로 큰 다이아몬드는 407.48캐럿의 황금색과 오렌지색을 띠는 예사롭지 않은 팬시 다이아몬드로 다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인컴패러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보석은 실로 우연하게 발견됐다. 정확한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80년대 초 아프리카 콩고에서 삼촌집의 돌무더기 주위에서 놀고 있던 한 소녀가 원석을 주웠다. 그 돌무더기는 집 주위에 나뒹구는 그런 돌무더기는 아니었으며, 주변에 있는 오래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회수하고 버린 버럭더미에서 합법적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소녀는 주운 이상한 돌을 삼촌에게 줬다. 삼촌은 이 돌이 예삿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지방에 있는 다이아몬드 중개인에게 넘겼으며 이 돌은 수도 킨샤사에 있는 좀 더 규모가 큰 레바논 중개상을 거쳐 결국 앤트워프에 있는 드비어스사 대리인에게 넘겨진다. 드비어스사는 미국 보석업계의 쟁쟁한 인사들에게 다시 이 돌을 팔았다. 원석을 구입한 그들은 1984년 가공되기 전 890캐럿에 달하는 이 거대한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드러난 원석의 외양은 지극히 불규칙한 형태였으나 그런 표면과는 달리 내부는 맑고 투명한 최상의 다이아몬드였으며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그런 돌이었다.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한 이 돌을 가공하기 위해 오랜 관찰과 고뇌에 찬 결심을 해야 했다. 그때까지 알려진 가공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530.20캐럿의 컬리넌I 보다 크게 가공하여 크기로 제일이 되느냐, 아니면 크기는 작지만 무결점의 완벽한 팬시 다이아몬드로 가공하느냐 하는 힘든 결정이었다. 결국 이 돌의 공동구매자들은 컬리넌I을 크기로 제압하는 계획을 포기했다. 오랜 연구와 관찰 끝에 이 돌은 14개의 조각으로 쪼개졌다. 이들 중 가장 큰 덩어리는 407캐럿의 인컴패러블(53.90×35.19×28.18 mm 크기)로 가공됐으며 나머지는 1.33캐럿에서부터 15.66캐럿의 조무래기들로 가공된다. 인컴패러블에 비교했을 때 조무래기지 이 또한 큰 다이아몬드임에 분명하다. 인컴패러블은 골든쥬빌리(545.67 캐럿)와 컬리넌I의 뒤를 잇는 세계에서 셋째 크기다. 삼각형 방패 모양의 스텝 컷으로 가공된 보석은 거의 결점이 없는 완벽한 팬시 다이아몬드다. 이 돌은 1988년 뉴욕 경매에 나왔으나 소유자의 예상가 2000만 달러에 응찰하는 이가 없어 유찰됐다. 이 돌은 공개적으로 판매를 시도한 최대의 다이아몬드였을 뿐만 아니라 최고가의 보석이었다. 팔리지는 않았지만 응찰한 1200만 달러 역시 최고가였다. 2002년 11월에 인터넷 경매 이베이에 다시 등장한 인컴패러블은 1500만 달러에 경매를 시작했으나 팔리지 않았다. 주인을 찾기에는 너무 큰 덩치인 것 같다. 과연 콩고의 그 소녀와 삼촌은 얼마나 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만든다.

문희수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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