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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교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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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독자의 전화가 있었다. 어느 고교 교사였다. 담뱃갑 경고문에 관한, 어제 날짜 칼럼을 읽은 독자였다. 그 교사는 어른의 금연보다도 소년들의 금연이 더 급박한 문제라고 했다.
그의 실감나는 얘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잠깐 쉬는 시간이면 학생 화장실의 창문에서 마치 불이라도 난 듯이 연기가 밀려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담배연기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연기의 농도는 해마다 짙어진다고 한다.
요즘은 중·고생들에게 『담배 피우면 못써!』하는 훈계는 한낱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사실 「흡연이 비도덕적」이라고 말하기엔 학생들이 너무 조숙해 있고, 겉모습마저도 어른스러워졌다.
전화를 건 교사는 바로 소년들을 위한 「금연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과연 옳은 얘기다.
「금연교육」은 우리에겐 생소한 얘기 같지만 일본이나 구미에선 벌써부터 있어온 일이다.
요즘 일본에선 일선교사들이 앞장서서 「금연을 생각하는 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들의 「생각」은 어깨띠를 두르고 가두에 나서는 캠페인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흡연의 해독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있었던 금연운동이 생각난다. 일단의 금연가들이 주동이 되어 담뱃갑에 해골을 그려 넣는 법안을 하원에 내놓았었다. 그까짓 경고문 따위는 이젠 싱거워졌고, 그보다 해골과 뼈를 그려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선 최근 중·고교는 물론이고 국민교·유치원에서부터 금연교육을 실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금연교재까지 나왔다.
그 속엔 『만일 1년 동안 매일 같이 담배 한갑씩 피운다면…』하는 비유도 있다. 자전거 3대, 조랑말 한 마리 값과 같다는 것이다. 담배와 자전거-, 소년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비유다.
우리 나라도 똑같은 경우 연 18만2천5백원정. 자전거와 조랑말은 둘째치고 10대 소년들이 그런 비용을 어디서 구하느냐도 적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비용보다는 역시 건강이다. 소년시절의 흡연은 정신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준다. 자제심, 인내심을 약화시킨다. 싱싱한 세포들 속에 니코틴과 같은 독극물이 속속들이 스며든다는 생각을 해 보라.
전화를 준 그 교사부터 선뜻 나서서 금연교육 캠페인에 앞장서 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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