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 우린 '멘토' 사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요즘은 직장에 다니는 선배가 취업준비생을 돕는 '취업 멘토링'이 각광받고 있다. 인맥을 넓힐 수 있고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멘토링은 쉽게 풀면 '후견인제도'다. 선배(멘토)가 후배(멘티)에게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르쳐주고 지도하며 사회적 유대를 넓혀 가는 교육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선배 직원이 신입 사원의 적응을 위해 업무를 가르치고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제도로 많이 알려졌다. 취업 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구직자 10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조언이나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멘토의 필요성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81.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여성부가 운영하는 위민넷(www.women-net.net)의 사이버 멘토링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사이버 멘토링이란 인터넷으로 멘토와 멘티가 1대 1 또는 1대 다수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같은 분야에 일하거나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끼리 짝을 지워준다. 멘토와 멘티가 연결되면 위민넷 전용 게시판을 통해 서로 인생과 진로에 관련된 솔직한 의견을 상담한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 메신저로 상담하기도 한다.

정보통신(IT) 기업과 전공 교수들이 학생을 지도하는 'IT 멘토링'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IT 전공 대학생들이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이트(www.hanium.or.kr)에 과제를 등록하면 멘토 그룹의 지도를 받아 과제를 끝내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302개의 IT 관련 기업과 409명의 교수, 5337명의 학생이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활동한다. 멘티 학생들은 1년에 한 번 '디지털 콘텐트 전람회'에 참가해 독립 부스에서 자신들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한다. 이 자리에서 기업체 관계자의 현장 기술지도와 취업면접이 종종 이뤄진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김기철 실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교육받은 학생들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다"면서 "멘티 학생들의 취업률이 일반 졸업생의 취업률보다 20%포인트가 높은 77%를 기록해 향후 멘토링 교육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업체 최고경영자(CEO)가 멘토를 맡아 1~2명의 대학생을 전담하는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도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6개월간 실무를 배우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인 '썬 스타 프로그램'을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실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을 포함해 마케팅.회계.인사 등 다양한 직무를 배울 수 있다. 일반적인 인턴십과 다른 점은 멘토를 통해 1대1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들끼리 매년 정기 모임을 통해 멘토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한국IBM은 올해 대학생 24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임직원과의 1대1 멘토링 결연을 했다. 6개월 이상 학생들의 멘토가 될 임직원은 멘티의 전공과 주소 등을 감안해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이 있는 직원으로 지정했다. 멘토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멘티에게 개별 진로나 인생 상담을 해줬다.

대학들이 선.후배 학생을 연결해 대학 생활이나 취업을 돕도록 하는 '캠퍼스 멘토링'도 늘어나고 있다. 숙명여대는 2003년부터 멘토링을 통해 학생 취업을 돕고 있으며, 이화여대.서울대 경영대학원.대경대.강릉영동대.대전보건대 등이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멘토링 이렇게 활용하자=기관, 기업이나 학교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커뮤니티나 동호회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나 선배 등 주위 사람에게도 멘토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고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멘토링을 잘 활용하려면 먼저 진로 계획표를 세워야 한다. 가장 필요한 조언과 정보가 무엇인지 순서를 정하는 것이 좋다. 그때마다 적절한 도움을 받도록 하자. 여러 사람이 공통 관심사를 두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멘토링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여러 사람을 멘토로 둘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온라인에 접속해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온라인 상에서 이뤄진다는 특성상 자주 접속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멘토링 중간에 오프라인 만남을 가짐으로써 유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철재 기자

멘토링 해보니

"진호 형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는데 이제 진정한 '선배님'이 됐네요."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이호석(26.사진)씨는 한국IBM 소프트웨어그룹에서 일하는 최진호(29)씨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올 8월 한국IBM의 우수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했다. 최씨는 이후 이씨의 멘토 역할을 했다. 최씨는 "호석이와 전공이 같고 사는 곳도 가까운데다 자기 소개서를 보니 참 씩씩한 대학생인 것 같아 멘티로 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한국IBM 글로벌 서비스 사업본부에 입사키로 확정돼 다음달부터 출근한다.

이씨는 "원래 전공 분야의 기업이자 정보통신(IT) 분야의 선두 기업인 한국IBM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면서 "멘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최씨는 이씨를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식사와 술을 사주면서 좋은 얘기를 해줬다. 우선 친한 형과 동생으로 만나는 게 중요해서다. 그리고 이씨는 취업이나 진로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나 이메일로 최씨에게 물어봤다. 이씨는 "한국IBM을 컴퓨터 제조사로만 알았는데 진호 형이 아웃소싱.인프라.컨설팅을 해주는 종합 IT서비스 회사라고 바로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씨의 조언을 받고 한국IBM에 지원하면서 자기 소개서에 '한국IBM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컴퓨터 제조 부문을 매각하는 등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이다. 이 점은 내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고 적을 수 있었다. 최씨는 인생 선배로서 좋은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 이씨는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추구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는 사람이 되라'는 말은 진정으로 가슴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많은 친구가 취업 설명회가 열리기만 기다린다. 멘토가 아니더라도 취업을 원하는 기업에 일하는 선배를 찾아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씨는 오히려 "호석에게서 열정과 패기를 느꼈고, 멘토를 하면서 우리 회사를 더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