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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파랑 주의보 … 첫 영화 나들이 송·혜·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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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눈이 시리도록 파란 거제도의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파랑주의보'(감독 전윤수.22일 개봉)는 그래서 저항할 수 없는 첫사랑의 파도를 '파란 물감'으로 그린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어촌 마을의 평범한 고교생 수호(차태현)와 모든 남학생의 시선을 받는 귀여운 수은(송혜교)의 풋풋한 사랑은 보는 이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첫사랑의 추억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여주인공을 맡은 송혜교(23)는 연예계 데뷔 10년차지만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오후 시사회 직후 만난 그녀는 첫 영화를 선보였다는 사실에 가볍게 흥분하고 있었다.

"아직 얼떨떨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맨날 TV로만 보다 커다란 극장 화면에서 제 이름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느낌이 이상하네요. 영화배우로서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생기도록 당분간 영화에 주력하고 싶어요."

그녀가 맡은 수은은 비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면서 성격도 좋다. 사랑 표현에도 적극적이어서 남자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남자에게 다가가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한다.

"청순가련형보다는 이 영화의 수은이 제 성격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수업 시간에 떠들다가 선생님한테 걸려 무릎 꿇고 손드는 벌을 서는 장면이 나와요. 그 부분을 연기하면서 제 학창 시절이 떠올랐어요. 실제로 숙제 안 해서 벌서고, 수업 빼먹고 도망가고, 교과서 뒤에 만화책도 숨겨보고 그랬거든요."

그녀의 발랄한 연기는 차태현의 코믹 연기와 합쳐져 여러 군데서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원작이 된 일본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크게 다른 점이다. 원작이나 같은 제목의 일본 영화가 잔잔하고 애틋한 순애보에 무게 중심을 뒀다면, '파랑주의보'는 웃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소녀의 죽음과 그 소녀를 잊지 못하는 소년이라는 이야기의 골격을 제외하고는 원작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 일본 영화는 한번 볼까도 생각했지만 끝내 보지 않았어요. '신파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 감독님의 주문사항이었죠. 병실 장면에서도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별로 없어요.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은 최대한 줄이고 끝까지 아름답게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다. 카메라는 수시로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하늘을 비춘다. 덕분에 영화의 색조는 파란빛으로 흐른다. 거제도의 해안과 등대, 매물도의 이국적인 풍경 등도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거제도가 그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웬만한 해외 관광지보다 훌륭한 것 같아요. 공기 좋은 곳에서 생활하니 훨씬 건강해졌어요. 그러나 수중 장면 촬영은 어려웠어요. 영화 속에는 수영을 잘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물을 무서워하거든요. 어릴 때 물고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그래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봉시기다. 햇빛 화사한 여름과 가을의 풍경을 한겨울에 감상하기에는 왠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여름에 개봉했더라면 어땠을까. 제작진도 이런 점을 의식해 영화 포스터는 겨울 옷을 입고 눈을 맞는 장면으로 연출했으나 실제 영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글=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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