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형 기자의 신통한 강남] 20대 커플이 굳이 신문을 보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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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어떻게 보내시나요. 늦잠을 푹 자거나, 평소 못 본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온전한 휴식이 보장되는 하루이기 때문이지요.

 전 일요일 오전이면 집 근처 카페에 나와 신문을 읽어요. 바쁜 평일에 못 읽은 스크랩 기사를 살펴보거나, 일요일에 발간되는 중앙일보의 중앙선데이를 정독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다보면 한 주간의 뉴스가 머릿속에 정리됩니다. 돌아오는 주를 위한 준비를 할 수도 있지요.

 일요일인 지난 19일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신문을 읽는데, 옆자리에 앉은 20대 대학원생 커플이 중앙선데이의 한 칼럼을 읽더군요. 칼럼은 최근 세월호 유가족의 배상금 지급안 발표를 배경으로 해외 정부가 '목숨값'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소개했습니다. 이 내용을 두고 두 학생은 일본·미국·스위스 등이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토론했지요. 신문기사를 읽으며 관련 공식을 응용하는 게 신선하더군요.

 잠깐 화제를 돌려볼까요. 언론학자들은 미디어의 발달을 통해 정보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고했어요. 언론학에서 쓰이는 '기술 확산에 따른 S자 격차모델'(사진)이 있습니다. 기술이 진보(가로축)할수록 개인이 접하는 정보량이 달라지고, 여기에 더해 어떤 매체를 접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질이 달라진단 얘기예요. 쉽게 말해, 2G폰을 쓰는 사람의 정보량보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의 정보량이 더 많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쉽게' 구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선정적이거나, 불필요한 정보까지 의도치 않게 접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원하는 정보를 선별해 읽는 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 커플의 사례는 이런 상황에 '적응'하는 하나의 자세로 비춰졌어요. 버스정류장·맛집처럼 급히 필요한 정보는 스마트폰을 통해 구할 수 있지만, 신문에 나오는 '고급 정보'를 스마트폰으로는 공부하면서 읽기는 어렵겠지요. 결국엔 어떻게 정보를 선별하고 지혜롭게 미디어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야겠습니다.

강남통신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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