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련은 강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소련군은 정말 강한가. 근착 한 외국잡지(문예춘추)에 실린, 이런 제목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단순한 「재미」보다는 만성적인 「위협론」속에 살고 있는 우리로선 색다른 시각에 더 주목하게된다.
군사력만은 어느 나라나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정론」으로 삼고 있다. 복싱이나 레슬링 선수와는 다르다. 특히 세계 초강대국을 다투는 미· 소 두 나라의 경우는 말만 듣고는 강약을 알 수 없다.
지난 4월10일 발표된 「와인버거」미 국방장관의 『소련 군사력』 보고서도 예외 없이 미국보다 소련이 강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동경공대의 「나가이」(영정지조)라는 교수가 쓴 이 글은 여러 모에서 미·소의 힘을 저울질했다.
첫째, 지그잭론. 미·소 두 나라는 1950년대 이후 『장이야, 멍이야』식의 경쟁을 해오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미국의 B-29를 겨냥해 소련은 미그-15기를 개발하고, 다시 B-36을 미그-17기가 뒤쫓고, B-47, 52기가 등장하자 미그-19기, 21기를 개발하는 갈지자형의 경쟁. 이것은 양국 내부에 「빌트인」(내재)된 군산복합체제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둘째, 미그-25기의 분해조사. 76년 「밸렝코」중위가 일본에 몰고 온 미그-25기를 미국 기술진이 분해한 결과는 의외였다. 우선 그 전투기의 행동반경은 추정치의 3분의1에 지나지 않았고 터빈 과열에 속도도 마하 2·5미달. 한마디로 조잡한 전투기라는 결론.
세째, 적군의 사기. 「벨렝코」중위의 진술에 따르면 소련공군 조종사는 TV를 제외하고는 오락이 없다. 라디오 청취도, 레코드 감상도, 소설도, 편지쓰기도, 여자그림도, 침대에 눕기도 모두 금지 일색. 낙이라고는 비상시 비행기의 브레이크와 전자장치용으로 비축된 알코올 마시는 일 뿐이다. 군대의 힘은 무기 말고도 군기, 훈련, 사기, 인종, 종교적 문제, 장교·사병과의 계급대립, 일상오락, 권태, 알콜, 여성, 뇌물 등 인간요인과도 관계가 깊다. 소련의 적군은 그 점에선 약세다.
네째, 소련의 과장술. 소련 군수공양의 고급기사였던 「그리고리」라는 사람의 폭로. 소련은 목재로 가짜무기, 이를테면 SAM 미사일 또는 고무제 가짜 감수함 등을 만들어 미국 인공위성에 일부러 노출시킨다. 일종의 기만작전이다.
다섯째, 미국의 정보 맹목. 인간 스파이가 없는 미국은 인공위성의 한계에 직면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크라이나 가르코프 지방의 전차공장 생산 규모. 연중 짙은 안개로 체크 불능.
결국 미·소의 군사경쟁은 진상을 더 알 수 없다. 오늘의 전쟁은 정보전쟁인 것을 실감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